삼촌 무등산이 나는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다채롭잖아요~? !
광주에 사는 조카녀석과 무등산을 함께 올랐을 때 그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늘에 순리를 따른다는 순천(順天)에 국가정원 1호가 있는 것은 우연일까?
그래~산이 정원같네, 언론에서 선동열 무등산 폭격기, 무등산 하길래 내 머리속에는 어드덧 무등산 하면 선동열 등치처럼 봉우리 하나가 우뚝솟은 광주에 있는 웅장하지만 단조로운 산, 그렇게만 연상(표상)됐다. 그런게 교육과 언론의 힘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란다.
하산 후에 목욕탕 아저씨의 말이 나의 무등산에 대한 편견의 때를 완전히 벗겨버렸다. 그아저씨의 말이...
"선동열 부모님이 송정리에서 목욕탕을 해서 제가 잘 알아요, 어릴 때 부터 선동열을 지켜 봤거든요, 선동열 공 구질이 다채롭다고요? 아니에요, 직구와 슬라이더 두개 밖에 없어요, 슬라이더가 워낙 좋아 타자들이 못치니 다른 공을 던질 필요가 없잔아요..."
어찌보면 내가 《남도와 사랑에 빠지는 인문학기행 》을 쓰는 이유도 교육과 언론이 나에게 덧쒸운 일반화와 단순화의 때를 벗겨 내기 위함일 것이다. 이태리 타올님 말씀(?)이 '다~때가 있다' 고 했던가?
정원산 무등산 다채로움에 반해 다음날은 호남의 3대 정원중 하나를 가기로 했다. 담양 <소쇄원>이다. 담양의 양산보 소쇄원, 강진에 정약용 백운동, 완도에 윤선도 세연정을 호남의 3대 정원이라 흔히들 말한다. 정원을 집터에 딸린 숲ㆍ동산, 원림(園林)이라고도 한다. 순천만국가정원도 있지만 조선시대 부터 내려오는 호남의 3대정원이있다. 소쇄원이 어쩌고 저쩌고는 네이버에게 물어보면 된다.
潭陽處士梁公之廬
담벼락에 '담양처사양공지려'라 쓰여있다. 담양 처사 양산보의 조촐한 농막집(廬)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같다. 조선 성리학에서 한가닥했던 송시열의 필체다. 처사(處士) 라는 말이 대나무 사이에 바람을 타고 오감이 교차하여 내눈에 들렸다.
황진이가 사랑한 서경덕, 양산보의 스승 조식, 소쇄원을 만든 양산보가 모두 처사였다. '벼슬은 없지만 삼정승 위에 처사(?)' 였다는 문화해설사 말이 대나무 숲바람을 타고 내귀에 들린다. 처사 서경덕은 그림을 그렸고 처사 양산보는 정원을 만들었다. 저마다 자신들의 내면의 다채로움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세상도 이와 같이 다채로운 나무와 꽃들이 모여 소쇄원에 물흐르듯 세상인심이 흐르기를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소쇄원정원 나의 원픽(One-pick)은 무거운 돌담을 지탱하고 물이 흐르게 하는 다채로운 돌버팀목이다. 세월의 무게라 해도 좋겠다. 여행작가들은 하나의 선택 원픽을 최애(最愛)라고도 한다. 저 돌들이 어떻게 저렇게 쓰러지지도 않고 태풍에도 견디며 무거운 돌담을 수백년동안 지탱하고 있을까? 건축수학의 원리인가? 다채로운 정원의 힘인가? 자연의 조화인가? 돌아돌아 말을 해다오~, 강물은 원래 돌아돌아 흐른다.
순천만국가정원을 작년에 900만 넘게 다녀갔다. 사람들은 왜 정원에 열광하는가? 순천만정원을 사람들이 한번가고 두세번 또 갈까? 그런 질문도 해본다.
정원의 인문학적 의미를 찾아봤다. 한자 풀이로는 사람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人文學)을 뜬구름 잡는 형이상학으로 치부해버려 시피보는 사람(人)이 있다면? 나는 물어본다. 인문고등학교 나오셨나요? 왜 人文高 인가요?
정원의 인문학이 궁금하다. 인문학을 문사철(文ㆍ士ㆍ哲) 정도로 좁게해석하면 정원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미술 같은 예술작품이다. 정원에 대한 인문학에 대해 수박 겉이라도 핥고(?)가면, 순천만정원이나 남도의정원을 여행하는 맛이 더 감칠맛이 아닐까.
첫번째로 《정원의 역사》다. 정원하면 영국이 먼저 떠오른다. 《작가들의 정원》이라는 책에 있듯, 영국작가들은 영국정원에 매료되었다. 영국의 정원작가 '톰 터너' 는그의 《정원의 역사》에서 정원은 3가지 이유로 만든다고 했다. 사람의 몸(Body)과 정신(Sprit) 그리고 활동(Activity)를 위하여(For) 정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믿는 3정(?) 과 통한다. 정원은 먹을 식물을 재배하여 몸을 정형(正形)하고 꽃과 나무 볼거리로 정신을 정화(精化)하고 절제(節制)된 행동 ; '나는 음식과 걷기로 몸을 정형하고 독서나 여행으로 마음을 정형하고 정제하여 글쓰기 한다. 3정을 하면 3정승 부럽지 않다! 는 나의 믿음과 정원의 3가지 기능이 통한다. 우연일까?
이러한 정원의 역사나 기능관점에서 보면 조선시대 호남의 3대정원이 자기만의 세계관을 그리고 주로 정신수양을 위한 작은 정원이였다. 순천만 정원은 규모가 크다. 정원크기는 사람들이 알기 쉽도록 축구장에 비유한다. 프리미어리그 손흥민 '토트넘' 팀이 있는 영국에서 시작한 축구장 크기에 비교한다. 순천만정원 크기가 축구장 100개! 축구장 100개 크기에 달한다 하니 활동, 엑티버티(Activity)를 위한 정원이라 할수 있겠다.
하찮게 보일 수 있는 한인간의 삶이 인생정원처럼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톰행크스 주연 미국영화 <포레스트 검프> 만 있는 줄 알았다. <포레스트 맨>도 있다.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인도 다큐영화다.
남도에는 포레스트 맨이 없을까? 밤나무골 여수 율촌(栗村) 生 《나무는 내인생》이라는 순천만정원 이천식(李千植) 조경팀장, 이름도 '오얏나무(李) 천(千)그루를 심다(植) ' 라는게 명리학과 음양오행의 신비를 말하는 것 같다. <은유적 삶>이 주는 행복이다.
두번째로 정원의 철학이다.한국어로는 '쾌락' 으로 번역되어 '향락' 쯤으로 인식되는 그리스의 처사들 에피크로스학파들의 정원ㆍ가든스쿨이있다. 에피크로스학파들이 놀던 곳이 정원이요, 정원은 쾌락주의 철학의 상징이다. 학창시절 경계해야할 향락주의 정도로만 여겼던 쾌락주의 철학. 이제는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중학교 1학년 도덕시간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처음 접했다. 다음 중 너자신을 알라, 이데아 ㆍ아카데미 ㆍ인생의 목적은 행복하면서 순서대로 바르게 된 것은 그런식으로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했다. 선택이 틀리면 오답이다. 플라톤에 아카데미가 있다면, 에피크로스에 정원, 가든스쿨이 있었다. 에피크로스 학파는 인간의 감성과 직관을 중요시하며 인간이 어떻게(How)하면 행복해지는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연구한 철학자였다. 그러고 보니 중학교 도덕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사는 목적(What) 이 행복이라고만 말했다. 어떻게 (How)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선생님께 물어 본적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행복이 찾아온다 하신다. ' 이랑가' 하면 그랑가~브다' 했다.
이숍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저 베짱이 같은 사람은 누구인가? 백수 같기도 하고 놈펭이 일까?
세번째로 정원의 문학이다. 한량 이어(李漁)다.
'어~ 내 블로그 닉네임이 물고기(漁) 고흥돌문어ㆍ순천짱뚱이 이고 내성씨도 이씨이고 한량이 꿈인데, 나의 인생 멘토 '이어' 인가? 했던 17세기 중국 명나라말 청나라초 때 한량 이어다. 그가 지은 생활백과사전 《한정우기 閑情偶奇》이라는 책도 있다. 미용ㆍ의상ㆍ주거ㆍ가구 ㆍ음식ㆍ정원가꾸기(가드닝)ㆍ건강을 막라하여 집필한 청나라 백과사전이다. 한정우기는 한(閑)가로운 감정(情)으로 어쩌다 우(偶)연히 기(奇)록 한다는 뜻이다.
김의정 고전문학가는 한정우기를 번역하여 《쾌락의 정원》이라 하였으며, 부제로 이어를 동양의 에피크로스라는 별칭을 붙혔다. 김의정이 고전문학 연세대 박사라면, 고미숙은 고려대 고전문학 박사요, 신촌골 호랑이 김의정이 말하기를 공자의 《논어》 도 좋지만 이제는 《한정우기》를 읽으라 권하고 , 안암골 호랑이 고미숙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도 좋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의 여행기《열하일기》를 읽어보라 한다.
무엇이 맞고 틀리다가 아니다. 이렇게도 살았으니 저렇게도 살아 보라는 말일 것이다.
우리 학창시절에는 시야와 세계관을 넓혀주는 《열하일기》가 교과서에 실리지 않았다. 님(왕)에 대한 찬양을 하며 정여립 사건때 호남선비 죽이는데 동조한 정철의 《관동별곡》만 실렸는지 궁금해진다. 학창시절 저자와 책이름만 밑줄 그엇던 이중환의 《택리지》는 호남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좌도(경상도)는 땅이 메마르고 백성이 가난하지만 검소히게 살면서 문학하는 선비가 많으며, 우도(전라도)는 땅이 기름지고 백성이 부유하지만 호사하기 좋아하며 게으르다(?)
호사하기 좋아하며? 호색가가 많다는 말인가? 나를 보면 맞는말 같기도 하고...호색가가 어때서 ? 호색가 에피크로스는 정원을 좋아했고 여인을 사랑했고 여성해방을 인류 최초로 주장했다.
《쾌락의 정원》이라는 기괴한(?) 그림도 있다. 맨얼굴과 맨몸 인간의 속살이야기 그림이 왜 기괴하다는 것일까? 의식과 예수이야기를 그린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만 보고 자랐다면, 이제는 보스의 《쾌락의 정원》도 관심가져 볼만하다.
피렌체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에, 네델란드 무명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이다. 보스(Boss?)작품답다. 프로이드 다음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칼융은 그를 프로이드 이전에 무의식의 창시자라 하였다. 학자들은 인간본성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지닌 위대한 화가라 극찬했다.
정원에 관해 네이버에게 물어본다.《정원의 발견》저자 속초에서 가든을 가꾸고 사는 오경아 가든디자이너도 있다. 나는 아직 정원을 잘 모른다. 정원을 조성하기는 힘들고 정원의 발견이라도 해야겠다.
정원을 알아감에 따라 남도의 정원을 가보고 싶은 호기심과 이유가 생긴다. AI가 글쓰기에 시도 쓰는 세상이요, 인간의 뇌기능을 대체할지 모르는 세상에, 지성인은 기계가 못하는 지(知)적 호기심과 성(性)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人)이 아닐까? 새로운 것을 몸으로 움직여 발견하는 사람이 지성인이요, 나이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사람은 줄이고 새로운 자연은 늘리라는 지혜일 것이다.
최근에는 민간정원도 인기다. 민간정원으로 순천별량에는 한폭의 수채화 그림같은 화가가 운영하는 '화가의 정원' 이 있다.
고흥에는 5개의 민간정원이 있다. 영남면 남포미술관 옆에는 '화담정'이 있다. 고흥 대서면에는 소나무정원 '우림원'이 최근에 생겼다.
고향 내려가는길에 남도 정원투어를 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일이다.
그길은 행복넘어 있는 쾌락으로 가는 길이 될 것같다. 최초의 정원이 아담과 이브의 에덴의 동산(정원)이라는데, 이상형인 이성과의 교제성공 다음으로 쾌락지수를 높이는 것이 여행이다. 현대인들이 정원을 좋아하는 이유가 잃어버리거나 상실해버린 이상향에 대한 무의식 속에 동경일지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니 정원(庭園)을 잊고 정원(定員)속에서 살았다. 입시정원, 합격정원, 아파트 입주당첨 정원...
정원(庭園)으로 돌아가자.
자연으로 돌아가자...
https://youtu.be/5EUsqDbUwO0?si=2f6RZz3Wr1OV4rq9
https://youtu.be/J013Ru1HrFs?si=j8ruUzM87Vq8J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