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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는 힘이세다? ; 황소 & 염소 그리고 나

고흥돌문어 2024. 7. 8. 10:30

오늘이 대서다. 고흥 가는길에는 순천과 벌교를 지나 동강면, 대서면에 들어서면 이제 고향집에 거의 다 왔구나한다. 지도에서 왼쪽 바다가 득량만이고 오른쪽이 여자만이다. 제주도에 우도(牛島)가 있고 고흥 남양면에도 소머리를 닮은 섬 우도(牛島)가 있다. 현지인이 아침물길, 저녁물길 한다는 하루에 두번 바닷길이 갈라지는 신비의섬 우도다. 물대만 잘 맞추면(?) 힘센 젊은 연인이 가족이 된다(?)하니 가족의 섬이다.
이제는 섬을 언제든 오갈수 있는 무지개다리(레인보우교)가 생겨 가족의 섬이 연인의 섬이 될지, 아니면 섬에 가면 힘이 세지는 수컷 흑(심)염소가 힘이 빠질지...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대서면이 불그스레 더워보인다. 덥다~더워~24절기 소서(小暑)와 중복사이에는 대서(大暑)가 있다. 얼마나 더운지 '대서에 염소뿔 녹는다' 는 속담이 있다.

염소는 힘이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소설의 첫문장이다. 순천만에 문학관이 있는 김승옥 작가의 단편소설 《염소는 힘이세다》에 문단마다 반복되는 표현이다. 1966년에 서울 달동네 판자촌이 배경이다. 척박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서민들의 애환을 그려냈다. 돈도 명예도 부(富)도 없었던 힘 없는 서민들을 염소로 비유한게 압권이다.

주인공 어머니는 은행이 즐비한 서울거리에 꽃을 팔았다.  그것도 여이치 않아 판자촌에서 불법으로 염소식당을 운영한다. 어찌보면 산업화와 도시화 시대에 남도에서 상경한 서민의 표상을 김승옥은 그린것 같다.

하여간, 힘 하면 황소 아닌가? 밭갈이는 기본이요, 그 질퍽한 논갈이도 쟁기질하는 우리집 일꾼 황소!

우리동네 그랜저 리어카, 우리동네 제네시스 황소 달구지차, 뒷걸음질 치는 리어카, 절대 뒷걸음질 치지 않는 황소가 아니였던가? 황소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렸는가, 워낭소리 내며 집으로 힘차게 간다. 황소차는 급발진도 없다. 황소는 우리동네 그랜저(?) 그랜다이저 였다.

왜 황소가 아니고 하필 '염소'를 소설에 등장시켰을까? 동양에서 '염소'는 서양에서 '양' 으로 비유되는 연약해 보이는 동물이 아니였던가? 직가는 왜 염소는 힘이 세다고 하였을까?

김승옥 작가도 나도 어려서 남도에서 살았다. 《무진기행》의 등장인물을 찬찬히 본다. 연신 아~우리 시골동네에도 저런 사람, 저런 케릭터가 있었지 하며 읽었다. 무진기행에 왜 하필 미친년(?) 바보연인을 등장시켰지, 작가의 마음을 즈레짐작해 보았다. 동네마다 머리에 꽃핀을 꽃은 해 맑은 바보아이가 하나씩 살았다. 《태백산맥》소설에 나오는 무당과 무당 딸 순진한 소화도 살았다. 영구와 땡칠이도 암시랑토 안허게 잘 만 살았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 인가 그 누군가가 잘난사람 못난사람으로 우열을 나누어 버렸다. 급기야는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해 버렸다.

순심이랑 칠득이도 고흥 점암면과 포두면 사이에 있는 만화부락에서 만화처럼 살았다. 칠득이 손영춘 배우는 점암면에서 태어나고 인근에 있는 포두면 학교를 다녔다. 그시절에는 서울 회장님댁 식모나 유흥가 깡패는 꼭 전라도 사투리를 썻다. 나는 그 것도 모르고 드라마를 ㅎ ㅎ ㅎ 하며 오지게도 보았다. 대중매체로 힘센 염소가 힘없는 염소로 길들여 졌던 것이다.

하여간 칠득이 고향동네를 TV가 오지랖 넓게 오지란다. 누구의 오지인가? 조용필이 불렀던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만화마을이 만화 예술인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네...

오지에는 오감(五感)이 있다.
오감의 감칠맛나는 남도풍경을 시로 잘 표현한 시인이 김영랑송수권시인이다. 송수권시인의 《남도밤식탁》이라는 시집도 있다. 송시인은 고흥군 두원면에서 태어났다. 나도 두원면에서 태어났다. 송수권시인이 두원면지(誌)에 축사의 시 《》을 지어주었다. 길은 축복이요, 믿음이라며 우리 다함께 가잔다. <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콩(豆) 심는데 콩나는(原)금반옥저(金盤玉箸)의 땅
지금 이 벌판에서 염소가 풀을 뜯고
독수리가 창공을 날아 오른다

가 풀을 뜯고가 아니다. 염소가 풀을 뜯고라 했다. 독수리에서 걸코 올배미 씨는 나오지 않는법, 이라했던 시인의 고향사랑에 대한 짠한 마음과 자긍심을 즈레짐작 해보았다.
짠함은 뒤로하고 내고향 두원(豆原) 콩 하니 한여름 어매표 맷돌 콩국수도 생각난다. 양재동에 있는 힘센 염소집? 아니다 콩국수집이나 가볼까나?

양재역 근처 콩국수 맛집이다. 구례 산동生 임병주 콩국수도 생각난다. 그시절엔 나보다 힘이 덜 세다고 생각했던 사장님, 순천에 인문고ㆍ명문고를 다니지 않았던 사장님은 콩국수로 대성하여 건물도 새로지었다. 지금은 나보다 훨씬 힘이 센 염소가 되었다. 사장님과 순천에서 같은 학교를 나온 깨복쟁이 내친구는 광주에서 한우집으로 대성하여 지금은 나보다 힘이 더 세다. 나도 콩하고 황소공부나 할걸...후회한 때도 있었다. 힘센 것이 고향것, 내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늦은 후회였다.

하여간, 오늘이 대서다.
대서가 지나면 중복이다. 올해는 7월22일이 오늘이 대서지만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5일은 중복이다. 대서와 중복이 다가오는 여름철, 나도 힘좀 세지게 하여간에 남도보양식 맛기행 을  떠나본다. 힘센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며...

올해 2월에 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여름보양식으로 개고기 대신 염소고기가 인기다. 송수권 시인은 《풍류맛기행》에서 '복날 입맛 돋우는 최고의 보양식' 순천 개고기(단고기)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에 대방동 '싸리집' 도 있고 개고기 맛집으로 왜 순천이지? 그랬다. 송시인은 순천대 교수로 재직하여 한여름에 개고기집을 많이 가셨나브다~그랬다.

개 식용금지법이 발의 될때 칼럼리스트들이 찬반 글을 신문에 올렸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도에도 개고기 식용논란이 있었다.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 이유에 대해  나는 송시인의 논리만큼 명료한 글을 보지 못했다.
송시인은 개고기 비판론도 아니요 개고기 시비론이라 했다. 송시인은 1)개고기 식용을 비판하는 프랑스 문화인류학 석학 《야생의 사고》저자 '레비스트로스' 이론을 빗대어 개식용 비판론을 비판했다. 프랑스가 제기한 시비를 프랑스 석학의 이론으로 반박한 것이다.
2) 사후에 독수리에게 몸을 맡기는 티벳의  장례 조장(鳥葬)정신을 예로 들었다. 보성 대원사 절에 티벳의 불교정신을 알게하는 달라이라마 티벳박물관이 있는 것은 우연일까?

3)족보 반듯한 풍산개ㆍ갑산개ㆍ진돗개는 식용을하지 않는다, 는 것이다. 송시인은 말한다.

프랑스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이론에 따르면, 프랑인이 거위 간을 빼먹든, 중국인이 원숭이 골을 끌과 정의로 쪼아 빼먹든,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든 이를 탓할 수 있는 주체는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프랑스에서는 거위간 요리ㆍ푸아그라, 중국에서는 원숭이 골 요리가 불법인지 궁금해진다.

《풍류맛기행》은 전국에 보양식과 별미를 감칠맛나게 기술했다. 그중에 남도 동부에 힘센 맛을 간추려 본다.

1)여수/갯장어/샤브샤브 '더위사냥' 끝내주는 바다의 보약
2)여수/붕장어구이 五味를 한입에 스테미나가 쑥쑥~
3)순천/능성어죽 심해의 진미 입안에 살살~
4)승주/갈비안창살 '자글자글' ᆢ보드라운 육질일품
5)보성강/용봉탕 자라+닭의 하모니 원기충전
6)광양 망덕포구/전어 아삭아삭 가을 입맛이여~
7)곡성 압록/참게장 여름입맛 살려내는 '밥도둑'

책에서는 개고기를 '여름 입맛 돋우는 최고의 보양식' 이라했다. 이제는 개고기 식용은 불법이다. 염소고기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꿩대신 닭이요 개대신 염소(?) 염소 보양식 맛집을 찾아본다.

겨울은 코트(Coat), 여름은 고트(Goat).
북쪽에 약산은 진달래요, 남쪽의 약산은 흑염소다. 완도 약산은 흑염소 방목으로 유명하다. 자연의 비아그라(?)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를 먹고자란 흑염소다. 염소를 키우던 한 노인이 산에 다녀온 늙은 염소가 새끼를 잘 나아 하도~궁금해서 산에 가봤더니 이걸 먹고있더라, 그래서 나도 먹었더니 늦둥이를 보았다, 는 삼지구엽초.
3개의 가지에서 잎이 각각 3개씩 나오니 삼삼은구요, 삼지구엽초다. 수도권 남쪽에 사는 사람은 수원에가면 약산 흑염소를 먹을 수 있다. 광교산 인근에 있다하니 광교산 등산 후에 먹으면 다음날 아침이 좋겠다.

아무리 좋은 비아그라도 운동보다 좋은 비아그라는 없다, 는 비뇨기과 의사의 말도 생각난다.

순천만에는 약산흑염소가든이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과 어울리는 흑염소가든이다.

염소는 G.O.A.T 다.
약자를 쓰기를 좋아하는 MZ세대 용어인가 했다. 미국에서 쓰는 슬랭영어다. 'Greatest Of All Time' 의 약자란다. 스포츠 분야에서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것이였다 이제는 다른 분야에서도 최고( No.1)을 고트라 한다.

하여간, 남도에 염소축산 분야에 고트는 누구인가 ?
보성 노동면에 <부자농부> 가 산다.

염소 보양식으로 연매출 15억 매출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3개의 축사에서 천여마리의 염소를 키우는 농부다. 억! 억! 억! 한다. 염소를 도살장에 팔아 염소 몸값으로 5억! 염소식당을 운영하여 5억! 염소즙을 가공하여 5억! 합이 15억이다.

보성은 보양식으로 득량만 회진면 쪽에 낙지랑께~ 육지 노동면 쪽에 염소랑께~보성강 쪽에 자라랑 닭이랑께다.
배우 김보성하면 의리와 힘이다. 예부터 보성벌교에서 힘자랑 하지 말라 했던가.

고흥에서 광주나 순천가려면 벌교길 밖에 없는데, 힘자랑 하지 말라는 보성벌교를 뚫고 광주나 서울가는 고흥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더 세것소? 그렇게 농(弄)을 했던 고흥, 고흥염소가 박치기를 한다. 어디서? 박치기왕 김일에 고향 고흥 거금도에서 박치기를 한다.

염소는 힘도 세지만 박치기도 잘한다. 실제로 고흥에서 염소 박치기 대회가 열렸다.

김일의 고향 거금도産 염소가 우승을 했다. 염소 박치기가 얼마나 아픈지 어려서 염소뿔로 엉덩이에  박치기 한번 한 맞아본 사람은 모른다. 수도권 서쪽이나 인천에 사는 사람은 부천에 있는 거금도흑염소 집이 좋을것 같다.

주먹힘하면 고흥두원에 류제두 권투선수도 있지만 발바닥 힘하면 팔영산 산소탱크 박지성 축구선수다.

박지성공설운동장 에서, 고흥읍

정유재란 때 명량에서 노량까지 배를 저은 고흥출신 격군(格君)의 힘으로 나라를 구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리힘 김일, 손바닥힘 배구선수 류중탁과 신진식, 주먹힘 류제두, 그리고 발힘에 박지성...모두 고흥의 아들이다. 배구에서 류중탁은 장윤창과 힘겨루기를 했고 신진식은 김세진과 누가 고트(G.O.A.T)인지 힘겨루기를 했다.

팔영산 인근에도 염소를 많이 키운다. 박지성 아버지 고향이 팔영산이 있는 고흥점암면이다. 박지성은 팔영산의 씨요 고흥의 힘이다. 수도권 북쪽에 사는 사람은 일산에있는 흑염소집, 팔영산 토종 흑염소 집을 가도 좋겠다.

가끔 유명인 중에 고향 흙수저를 땅에 뭍고 금수저 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아쉽기는 하다.  
1966년! 6과 9라는 숫자가 돌고도는 인생이다. 1966
년에 김승옥 작가가 《염소는 힘이세다》를 발표한 후 어느덧 강산이 여섯번이나 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염소는 힘이 세다.
힘센 것은 고향에 있다.
힘센 것은 내옆에 있다.
힘센 것은 내안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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