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지인들 생일날에 생일 축하메시지로 이것을 보낸다. 오탁번 시인의 <해피버스데이> 🎵
해피한 날에 한번 웃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시골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벌어진 일이다.

"ㅎ ㅎ ㅎ
광주에 뻐스타고 오믄 연락 흐소 잉..."
<전라도닷컴 > 편집장 생일에《해피 버스 데이》를 보내주었다. 광주에 오면 꼭 연락하란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에 저자이자 전라도 말에 촌스러움(?)의 미학이 뭍어나는 외모는 베토벤 이다. 가끔은 곱슬머리 파마를 하여 모짜르트 같기도 하다. 이름은 남도스러운 호남평야에 누렇게 익은 벼 풍년이 왔네~황풍년이다.

남도는 판소리아닌가? 남도에 베토벤ㆍ모짜르트가 가당키나 한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김승옥 作 《확인해본 열세가지 고정관념》같은 것이였다. 철학자들의 말대로 모든 것을 의심하면 이 험한세상을 어찌 살겠는가? 그래도 의심하고 물음표를 달아 볼만한 것이 있다. 카톡방에서 생일 날이면 모두들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한다.
나이들어감에 따라 생일이 축하할 일인가, 하고 한번쯤은 의심해 본다. 그렇다고 이험한 세상에 왜 태어낫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냥 남이 하는 대로 나도 따라한다. 남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쓰니 나도 따라서 쓴다. 어려서 시골에서 들었던 "아이고~아이고" 하고 곡소리를 쓰면 특이하거나 이상하게 보이니 나도 그냥 삼가라 쓴다. 무엇을 삼가라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감정까지 나다움을 잃고 그들에게 길들여진다.

어려서 꽃상여를 많이 보았다. 오늘에 자동차ㆍ급행열차에 비해 버스가 느리듯 그느낌 그대로, 와~진짜 느려서 답답하기 까지 했다. 상두꾼 가는보살~매기는 소리에 상여꾼이 어와니~넘차~ 🎵 하며 한소리 또하고 가다가 멈추고 느릿느릿 간다. 어려서는 동네 아재들이 힘이 저라고 없다냐~ 술한잔 걸찍이 하셨다냐~ 왜 이리 비실비실 천천히 간다냐 그랬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승으로 떠나 보내는 망자와 이승의 사람 간의 이별의 촌스러운 미학이요 느림의 미학이였다.
그래서 부고 소식을 들을 때 나는 가끔 <꽃상여 모음시> 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를 대신하여 슬픔을 나눈다. 슬픔을 시로 나누면 내마음도 정화된다.
시 모음 1478.「꽃상여」
꽃상여에 관한 시 차례 꽃상여 / 김명인 꽃상여 / 이강산 꽃상여 / 정호승 저 無花의 꽃상여 / 박정만 꽃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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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오늘날의 장례식은 망자를 버스에 태우고 간다. 망자의 나이만큼 버스데이~했던 이승을 떠나 장례버스로 저승으로 간다.

남도에 가면 지금은 버스가 마을마다 골골이 들어온다. 오탁번 시 <해피 버스 데이> 처럼 동남아 아저씨와 할머니가 많은 남도풍경이다. 오탁번 교수는 《폭설》이라는 시도 썻다. 소설에 김승옥, 시에 오탁번 할 정도로 왠만한 문학상은 다 휩쓴 현대문학의 거목이요 대한민국 문화훈장 수장자다. 막걸리 찬가로 유명한 대학에 점잖은 교수가 이런시를 쓴게 맞나~ 이것도 시가 되나~
그의 평소 말버릇 처럼 흐트러트리고 거꾸로도 생각해 보니, 시에 대한 고정관념과 한계에 대한 아름다운 도전이였다.
남도의 행성만한 시루뗙~폭설에 오이농사하는 한 마을의 겨울풍경을 그렸다. 폭설에 무너지는 비닐하우스를 보는 농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와 이시를 썻다고 한다. 시인은 짠함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그 마음에 남도의 감탄사를 붙혀준다. 오메~ 오메~^^

오이(52) 나이에 오이를 생각하니 오이가 나를 키웠다.
<오이예찬> 을 나의 블로그 글에 썻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에 한 아짐의 말도 떠오른다. "그란다고 굶어 죽일 수는 없고 자석들이라도 갤차야제~ 어짜거시오" 남도 산골에서는 1970년대에 누에농사, 80년대에는 오이농사로 자식들을 가르쳤다. 고흥두원면 우리집도 돈 나올때가 없으니 한겨울이면 한창 오이농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구례와 낙안이 맛좋은 오이로 유명하다.

채소중에 오이는 가장 빨리자라 성장의 상징이요, 어찌보면 전쟁후에 빠르게 성장한 대한민국을 표상하는 상징채소 같기도 하다.
오탁번 시인이 전라도 친구와 막걸리를 마시다 오이에 관한 우스개 소리를 듣고 시를 썻다. 친구가 이런게 뭔 시냐? 하니 시시~해 보일지라도 사람냄세 나는 이런게 좋은 시다 ~라고 했다 한다. 남도스러움은 남도사람에게서만 나오는게 아니다, 라는생각도 해본다. 남도 버스정류장이나 오이홍보 푯말 사이에 남도스러운 시를 서울지하철처럼 전시해도 좋을 일같다.
《폭설》에 폭소를 한다. ㅎㅎㅎ
참 좋은 사람에 참 좋은시다. 남도사람이요 하니 남도의 해학을 가진 충북제천 사람이다.
항간에 떠도는 음담폐설에 눈물을 흘려 지었다는 <굴비>시도 영광굴비처럼 맛갈스럽다.
서울지하절에 걸린 어거지로 감정을 짜내어 무슨말인지, 나도 괜시리 우울하게 만드는 시보다 백번낫다. 시인은 '좋은 시는 다 우스개다' 라고 말한다. 오교수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맞는 말은 교장선생님 훈아말씀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왜 졸까요?
사람들은 왜 가장 도덕적이라는 뻔한~말에 졸까요?
또 하여간, 예전에는 마을버스도 없었던 동네에 버스가 들어온다. 예전에는 신작로를 지나 걸어서 학교를 다녀도 암시랑토 안했는데...그런 생각도 들었다. 거꾸로도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적당히 먼거리에 있는 친구들이 공부를 잘한 것도 같다. 머리가 좋아서라기 보다 걸으니 뇌가 깨어나고 초롱초롱 해지니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뇌과학자 말대로 적당한 백색소음에 저항력이 생겨 일부러 돈내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한다. 나도 오이밭에 개구리소리 듣고 공부해서 집중력 하나는 좋아진 것 같다. 오이(52) 나이에 오이와 깨구락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조용한 절간이나 꽉막힌 도서관에서 공부하여 출세한 사람들과 함께 골프장 간일이 있다. 스윙 할때는 쥐죽은듯 조용히 하란다. 그누가 만들었나 배려와 에티켓이라 한다. 나는 되려 적당히 소음을 내줘야 집중이 더 잘되고 공도 잘맞고 재밌는데...
남도에 다녀온 후 어느순간 나는 지하철을 타고 회사와 집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기름값을 절약하려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이 차는 밀리지 않아 좋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정관념을 만드는 주범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순간 지하철 노선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보였다. 사람의 시야를 점점 좁게 만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야를 좁게 만드는 것은 자가운전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매일 같이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가장 빠른 길로 앞만 보고 그길로 가고 오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똑 같은 것만 보니 나의 뇌는 그것에만 익숙해진다. 그길로 가지 않으면 이노무 뇌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불편해 진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고정관념이 된다. 나의 물리적 시야가 좁아지니 나의 정신적 시야ㆍ세계관도 점점 좁아진다. 이런 시야가 일년에 한두번 세계여행을 간다고 쉽게 넓혀지겠는가? 그냥 순간적 힐링일 뿐이다.

마을버스로 세계여행을 떠난 임택 여행작가도 있다. 마을버스로 세계여행을 떠난다니 가당키나 한가? 확인해본 또다른 고정관념이였다. 혜화동에는 김영연 作 《나는 혜화동 한옥에서 세계여행을 한다》라는 책이 있다. 혜화동에는 또 혜화동과 종로를 누비던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가 있었다. 이 마을버스를 개조하여 임택 작가와 3명이 세계여행을 떠났다.
왜 하필 사서 고생을 했을까?하마터면 생사를 넘나드는 일 아닌가? 버스여행으로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캠핑카도 있고 봉고차도 있는데 왜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일까? 작가의 의도를 보고 아하! 무릎을 탁 친다.

1) 마을버스는 회사와 집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사는 직장인의 표상이였다. 마을버스는 매일 반복되는 노선을 오간다. 작가는 자기의 삶과 비슷한 마을버스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2) 더불어 마을버스가 마을이라는 한계를 넘어 세계를 누비듯 사람의 꿈과 도전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고흥 누님이 다음에는 마을버스타고 함께 고흥의 이동네 저동네 구경하며 다녀보자 한다. 참 좋은 생각이다. 여행은 <우연의 발견>이라 했던가? 산산이 골골이 디니다 보면 어!~고흥에 이런 곳도 있었네~하며 숨은 보석을 캐는 보물찾기 그맛일 것같다. 이런걸 풍년이형은 오진맛! 차진맛! 웅숭깊은 남도의 맛이라한다. 《전라도닷컴》잡지도 어찌보면 매일 아침 저녁 반복되는 기성언론의 고정관념에 워낭소리를 울리는것 같다. 《전라도닷컴》 은 남도에 섬섬이 골골이 찾아가는 마을버스다.
서울에서 걸어서 출퇴근 하며 깨달은게 있다. 출퇴근길도 걸어서 가본다. 오늘은 이길로 가보고 내일은 저길로 걷는다. 그 다음날은 집에서 조금 일찍나와 돌아서도 가보니 매일매일이 <새로운 길>이다.
광양에 정병욱 선생이 지킨 윤동주시를 순천生 임백천이 부르는 <새로운 길>노래도 있다.
아~! 박목월 《나그네》 술잉는 마을마을 마다 타는 저녁놀~ 남도삼백리 윤동주 버전이네~ 그랬다.
100년전 그 시골길에는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
100년 후에도 민들레가 피고 까치는 나는데 이제는 할머니가 지난다.
버스데이~버스랑께~하며...
마을버스로 떠나는 남도여행의 날들은 "해피 버스 데이' 가 될것 같다. 영어를 모르는 할매와 서양아저씨가 통(通)하듯 <전남 세계관광문화대전> 도 해피 버스 데이~가 되길 바래본다.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은 서양 아저씨와 시골 할머니가 저렇게 다정하게 해피 버스 데이~ 하며 가는데...세상에 통하지 않을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