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고흥여행

고(高)품격 흥(興)미의 고장, 고흥에서 高興하세요

고흥돌문어 2024. 10. 8. 14:55

나는 나이 들어감에 따라 나를 찾으려 고향에 자주 간다. 고향 내려가는 길에 고흥문화원에 갔다. 문화원장님께서 나에게 책을 하나 선물해 주셨다. <<고흥의 충혼과 창의(倡義), 그리고 잊혀져간 일들>>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연신 이런 생각을 했다. “고흥 역사에 이런 숨겨진 보물들이 있었나, 왜 나는 그동안 고향의 역사를 잘 몰랐을까?” 그리고 이런 결심을 했다. 고향의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 <<남도와 사람에 빠지는 인문학기행>>을 써보기로 했다. 고향에 역사를 기반으로 자연과 사람, 문학과 삶의 철학을 버무려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의미를 주는 책을 써보기로 했다. 흔히들 人文學이나 문•사•철(文史哲)이라고 말하는 고흥의 역사와 문학 철학을 남도음식처럼 버무린 책이라 해도 해도 좋겠다. 고흥에는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는 지식이 많다. 고향사람들에게는 우리 고향 고흥이 이런 위대한 곳이었구나~ 그렇게 절로 경탄할 정도로 애착을 가질 만한 일들이 많다.

쑥섬에서 만난 여행의 의미

고흥에 대하여 잊혀져 간 일들을 다시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고흥의 역사와 끊임없이 대화하여 잊혀져간 일들을 찾아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이글에서 읽는이가 흥미 있어할 만한 고흥의 것들, 재미있어할 만한 일들을 몇 가지 적어본다. 고흥을 홍보하는 캐릭터가 흥이와 락이, 월이 세 가지 이듯,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의미 삼미(三美)가 고흥별미처럼 버무려질 때 고흥은 감칠맛 나는 고품격 흥미의 고장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 울릉도를 개척한 고흥인, 독도를 이름 짓다

고흥문화원이 발간 한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잊혀져간 일들이 많다. 그중에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사실이 있다. “울릉도를 개척한 고흥인, 독도를 이름 짓다”. 그동안 독도를 홀로 독(獨) 자를 쓰는 저 멀리 외로운 섬 독도(獨島)로 나는 그렇게 알았다. 어려서 돌을 고향에서 독~이라고 길게 발음했던 기억이 났다. 고흥사람들이 독도를 이름 지웠다는 것은 여러 사실들을 통해 증명됐다. 특히 1881년 고종의 명(命)으로 울릉도를 시찰한 이규원이 작성한 <<울릉도감찰일기>>가 역사적 사실을 말해준다. 문헌에는 주민 140명 가운데 전남 고흥사람이 94명, 순천낙안 사람이 21명 등으로 전라도 사람이 115명이었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이런 질문을 또 해 보았다. 독도가 홀로 독(獨)을 쓰는 독도(獨島)와 돌의 의미인 독섬이나 석도(石島)라 이름이 불리는 것은 무슨 차이일까? 한국인의 자존심이요,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독도 아닌가? 그런데 왜 홀로 섬 독도(獨島)라 누가 이름 지웠을까? 돌의 위풍당당함과 기상 그리고 강인함의 숨결은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또 이런 질문을 해 보았다. 고흥사람들의 자긍심을 넘어 독도이름의 근원지가 된 거금도 오천항 너머에 있는 독도를 어떻게 유명관광지로 만들 것인가? 울릉도 독도와 연관 지어 어떻게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낼 것인가? ‘홀로아리랑’이라는 노래와 남도아리랑, 고흥에 많은 아리랑~이름의 그 무엇을 어떻게 서로 연결할 것인가? 새로운 고품격 흥미와 의미를 창출하여 관광콘텐츠로 개발할 것인가? 고품격 미래를 향한 흥미와 의미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 지붕 없는 미술관과 천경자 환상여행

고흥은 나도로우주센터가 상징하는 ‘우주의 고장’이며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그동안 나는 고흥을 방문한 타향 사람들로부터 ‘지붕 없는 미술관에 그렇게 유명한 천경자 미술관이 없냐’ 그렇게 볼멘소리를 참 많이도 들었다. 잘해도 내 고향이요, 못해도 내 고향이니, ‘다 사정이 있었겠지요’ 하며 얼버무렸다. 꽃과 여인의 화가라 불리는 고흥 옥하리生 천경자가 누구인가? 나혜석과 함께 대한민국 미술을 개척한 사람이다. 고흥의 자연과 마음에서 태동한 한국 미술계의 화신이다. 그런 인물이 지붕 없는 미술관에 없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도 들었다. 다행히 지자체의 노력으로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올해 11월 1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고흥에서 천경자 화백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참 다행스럽고 응원할 일이다. 더불어 천경자 화백 이전에 우리나라 첫 번째 신여성이었던 나혜석 화가는 첫사랑이 고흥출신이었다. 남도의 소월, 최승구 시인이었다.

그리고 첫사랑을 못 잊어 ‘녹동풍경’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고흥은 이처럼 미술계에서도 고품격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런 흥미로운 콘텐츠에 어떻게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고흥여행이 환상여행이 될 수 있다. 올해도 11월에 열리는 고흥 유자축제 슬로건은 유자토피아다. 천경자 그림에 자주 나오는 노오란 유자색감과 유자축제가 어우러진 고흥은 미완의 환상여행지이다.

⧠ 두원운석과 어린왕자

두원면 성두리 운석 낙하지점

나로도우주센터가 있는 고흥에는 1943년 11월에 운석이 떨어졌다. 고흥 두원면 성두리 야산에 운석이 떨어졌다. 두원운석을 그냥 과학적으로 보면 지질학자나 천문학자가 관심 있어할 만한 별똥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운석으로 스토리텔링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 무궁무진하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세계인이 가장 많이 읽은 명작동화 프랑스 생텍쥐페리 <<어린왕자>>가 발간된 해도 1943년이다. 매년 고흥군에서는 ‘송수권 시문학상’ 작품을 공모하고 있다. 지푸라기 감수성을 가진 남도의 서정시인 송수권 시인도 고흥 두원면에서 1943년에 태어났다.

<<어린왕자>> 가 어떤 내용인가? 사람은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바롯하여 삶의 진리를 별(행성)나라 여행을 통해서 보여주는 동화다. 시쳇말로 세상이치의 만고(萬古)의 진리를 일러주는 세계인이 가장 많이 읽은 동화다. 남북분단의 현실에서 세상을 선(善)과 악(惡)으로 이분법적으로만 보게 길들이는 교육과 똘이장군을 보았던 한국인에게는 더군다나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책이다. 어른이 되서 다시 읽으면 우도의 바다갈라짐처럼 읽을때 마다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신비한 책이다.
어린왕자가 좋아했던 일몰, 일몰의 명소인 남양면 중산리 일몰전망대가 두원운석이 떨어진 맞은편 득량만 해변에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어린왕자가 말하려고 하는 어른들이 살면서 잃어 간다는 그 기다림의 ‘설레임’....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라는 어린왕자 명대사가 있다. 두원운석이 떨어진 시간이 그 설레임의 시간, 3시와 4시 사이 3시 47분이었다는 것도 이야기만 잘 풀어내면 아주 흥미롭고 의미 있는 고품격 콘텐츠가 될 것이다. 보성 대원사에서는 어린왕자와 불교의 선(禪) 문학을 연계한 ‘어린왕자 체험관’이 있다. 광양은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보존한 정병욱 선생의 숨결이 숨 숨 쉬는 윤동주시인의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흥과 인접한 지역과 연계하여 스토리가 있는 체험여행을 남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주의 고장 여행을 별나라를 여행하는 어린왕자 처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고흐와 함께 떠나는 고흥여행

나의 블로그 글에는 고흥과 고흐라는 글이 있다. 고흐와 고흥은 한 끗 차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고흐 그림으로 연상되는 고흥의 관광명소를 떠나는 글이다. 고흐를 검색하려다 잘못 오타를 내어 고흥을 검색하여 고흥여행을 해 봤더니,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네~’ 하며 어떤 여행객이 고흥예찬을 했다. 여행의 묘미는 우연의 발견이다. 그 여행객을 보며 나는 고흥과 고흐에 관한 글을 쓰게 됐다. 지붕 없는 미술관 여행을 하며 고품격 고흐의 작품도 알아가며 내면이 순수했던 고흐의 세계관을 고흥에서 직접 체험하면 어떨까, 그것이 전남세계관광문화대전에서 말하는 ‘Meet the deep Korea’의 딥(Deep)에 의미가 아닐까.

고흥에도 고흐가 있다(?)

고흐가 그린 ‘밤의 카페테라스’ 카페는 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나로도항에서도 고흐처럼 홀로 외로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고흥의 고흐(?), 고흥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고흐도 생전에는 그림이 헐값에도 누가 사주질 않았다. 그리고 고흐 사후에 동생 테오의 아내인 요한나의 고흐 그림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지금은 그 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 고흥여행의 미래는 고흐의 그림과 같이 어떻게 스토리텔링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품격이 달라질 것이다. 매주 주말에 드론쇼가 하늘을 수놓는 바다정원 녹동항에서 돈 맥클린이 부른 고흐노래 '빈센트' 공연을 해도 제격이다. 용의해 영남면 용바위에서 조용필과 위대한탄생 공연을 해도 흥미롭겠다. 알고 봤더니 강원도 두매산골 보다 별이 총총해 별바라기 하기 좋다는 고흥바다... 사슴골 녹동에서 스테리(starry)~스테리 나잇~하며 연인과 함께 나혜석이 고흥 첫사랑을 못 잊어 걸었던 녹동항 쌍쌍길을 걸으며 쌍충사에 올라보는 낭만여행도 좋겠다. 나는 녹동풍경 그림을 보고 이렇게 느낀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작은 사슴, 소록의 눈으로 나혜석이 사슴골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 녹동풍경이다. 나는 그렇게 스토리텔링하여 이야기 하고 싶다.

녹동풍경, 나혜석

⧠ 고품격 흥미의 고장, 고흥클라쓰

고흥 거리거리에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학창시절에 이름만 알았던 조선시대 이야기꾼, 스토리텔링의 대가 류몽인의 ‘어우야담’이 고흥읍 호동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자자체의 노력으로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 나는 고흥에 전해지는 설화를 면단위로 집대성해 놓은 책을 보았다. 설화는 역사적인 의미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이 얼마나 되는지 삶의 재미와 의미가 될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이 보았던 세상과 이야기 숨결이다.

고흥읍 호동리 호동마을에서

그 옛날 설화이야기는 오늘에는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류몽인은 오늘날에는 국보급 드라마작가나 영화감독쯤 된다. 몇 해 전 JTBC에서 <이태원클라쓰>라는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방영됐다. 산업화, 도시화 속에서 급하게 달려온 한국인의 삶을 이태원이라는 배경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나는 담당 PD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인생전반전이 <이태원클라쓰>라면 인생후반전은 <고흥클라쓰>가 어떻까요? <이태원클라쓰>가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었듯이 고흥에 숨겨진 설화이야기와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흥미 있는 이야기가 있는 여행드라마는 어떨까.

천혜의 자연과 사람을 품고 있는 고흥의 자연이 <꽃>詩처럼 사람들에게 말을 한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의미)이 되고 싶다.
고흥분청문화(역사)박물관에서

고흥은 고흥을 찾는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고흥 미래의 품격은 창의력과 상상력이다. 꽃에는 화격(花格)이 있고 사람에게는 품격과 인품이 있다. 고흥을 찾는 사람들의 미래가 고품격 인생으로 하늘 높이(高) 흥(興)하게 되기를 바래본다. 고(高) 품격 흥(興) 미의 고장, 고흥에서 高興하세요!

고흥 날머리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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