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고흥여행

남도 쑥섬으로 떠나는 인생길

고흥돌문어 2024. 10. 1. 06:42

여행과 인생에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똑같은 커피를 마셔도 세사람이 다르다.

1) 커피가 참 맛있네~
2) 맛있는 이 커피 어떻게 만들었을까?
3) 아~내 인생도 커피처럼 달콤했으면...

첫번째가 원초적ㆍ감각적인 삶이요, 두번째가 이성적ㆍ분석적인 삶이요, 세번째는 직관적ㆍ은유적 삶이다. 詩적 삶이라 해도 좋겠다. 학창시절에 그냥 존재 시로만 알고 외기만 했던 통영生 김춘수 詩 <꽃>으로 말해도 좋겠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눈짓이 되고 싶다

나는 오늘 남도에서 맨 처음으로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꽃섬, 고흥 쑥섬으로 갔다. 쑥에 질이 좋아 쑥섬으로 불렸다는 쑥섬에 쑥스러운 눈짓을 하려고 쑥섬(애도艾島)으로 갔다. 오늘이 쑥섬에 가는 세번째다.

첫번째 방문 때, 아~쑥섬 꽃이 참 이쁘네~
두번째 들렀을 때, 쑥섬 민간정원이라는데 섬을 얼마에 통째로 샀을까?
세번째 갔을 때, 쑥섬은 인생길...

오늘 내가 본 쑥섬은 인생길이다.
삶의 지혜를 일러주는 길이였다. 나는 쑥섬의 존재를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쑥섬길이 어떻게 인생길로 스토리텔링 기행드라마가 될 수 있는지 몇 편의 일기로 써본다.

☆ 인생은 항해길

나로도항 선착장에서 쑥섬호 타는곳

《마흔에 읽은 니체》라는 책에서 '인간은 망망大海에 던져진 항해와 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저 나로도 우주와 쑥섬 하늘 위에 있는 구름처럼 떠오른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세계인의 명작동화《어린왕자》는 인간은 어디(우주?)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간존재의 근원을 묻는 책이다. 우주의 고장 나로도 우주센터가 지척에 있는 하늘에 배도 있고 (노란색) 난관도 있으니 저 그림이 딱 인생길이다. 오늘 나는 볼품없어 보이는 저 쑥섬의 뒷모습, 가파른 산길을 올라 환희의 언덕을 지나 확 트인 드 넓은 다도해를 보러 5분여  동안 배를 타고 쑥섬으로 간다.  

☆태어남과 자람

어머니 나무(음부)
어머니 나무(젖가슴)

나무가 어머니 몸을 닮았다. 인간은 우주로부터 왔다는 말은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나는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 음부로부터 나와 세상과 만나게 됐다. 그리고 첫울음과 함께 만나는 어머니 젖가슴이다.

남도에만 산다는 열대림 후박나무다. 열대림은 나에게 뙤약볕에서 일하신 남도 어머니로 느껴진다. 당할매? 그러고 보니 남도의 몬당(언덕 사당)에 마음속으로 존재했던 당할매도 떠오른다. 남도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두 번쯤 이말을 들어 보았으리라

이놈 고추 좀 보소~
당할매가 점지해 주었나?
다리 밑에서 주어왔나?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분명히 어머니 배속에서 음부로 나왔는데
...당할매 손주딸이 당골네(무당)인가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 하는 어린 날들이었다. 하여간, 어머니 나무는 어머니를 닮았다. 쑥섬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 나무에는 사람이 살고 있어요!

■ 서울학교 등하교 길

아니, 그것보다 내가 별이 희물그레 보이는 서울하늘 아래에서 본 세상과 무언가 달랐다. 그 하늘 아래 사는 나무들은 나무가 나무란다. 나무가 사람 보고 나무란다. 나무가 사람을 믿지 못하고 나무란다.

꽃을 뽑아 가지 마세요!!!

그리고 서울하늘 아래에 나무에 칭칭 감은 수많은 경고문구,  요건만 간단히 보고서 언어로 쓰여 있는 짧은 말들, 열길 사람 속 쑥섬의 사람말은 왜 길게 늘어 쓴 이야기일까? 서울하늘에 나무는 무엇을 하라는 긍정의 말은 별로 하지 않는다. 하지말라는 부정의 말을 자주 한다. 느낌표를 세개씩이나 붙였다.  

☆ 쑥섬 들어가는 길

초입부터 계단길로 가팔라 보인다. 방문객을 배려하는 우산이 눈에 띈다. 사람을 믿는 양심우산이다.

쑥섬에는 육박나무가 많다. 얼룩무늬가 군복과 비슷해 해병대나무요, 강인함을 상징하는 나무란다. 대한민국 남성이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에서의 청춘을 말하는 듯하다.

가파른 돌길을 오른다. 목일신 아재 자전거 가듯 싸목싸목 간들간들 지난다.

누구에게는 길고 누구에게는 짧고, 누구에게는 쉽고 누구에게는 힘겨운 쑥섬 뒷길을 지나면 볕이 들어오는 그곳, 한반도 지도처럼 보이는 저위에 그곳은 어디인가?

쑥섬 핫플레이스란다. 인생샷(?)을 찍기 좋은 곳이란다. 나에게 인생 샷은 인생길을 사진으로 찍는 인새샷으로 느껴졌다. 쑥섬은 힘겨움을 강인함으로 이겨내고 도다란 그곳을 이렇게 말한다.

환희의 언덕

환희의 언덕에는 무엇이 보일까?
인생의 큰바위 얼굴은 무엇일까?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 큰바위얼굴은 무엇을 말했던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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