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

장영술, 한국양궁협회 부회장에게 묻다 ; 바람은 계산하는 것인가? 극복하는 것인가?

고흥돌문어 2025. 2. 11. 18:32

올림픽 10연패를 하기까지
바람을 계산했습니까?
바람을 극복했습니까?

고교동문 아카데미에 참석해 나는 한참 선배에게 난낫하고~맹랑하게~이렇게 질문했다.
양궁은 바람이 가장 큰 변수다.
과연 그의 대답은?

설 명절에는 남파랑길을 걸었다. 함께 다녀간 친구~순천이 고흥서 얼마나 된다고~순천친구가 암끗도 없다고 말한 두원길이다.

암끗도 없기는 뭐가 없어야~
하늘과 별과 갯바람과 시가 있는 길이지...
득량만, 남파랑 73번길

길은 득량만에 넓은 뻘밭~대전(大田) 해수욕장에서 시작하고 모교 중학교 교가도 이렇게 시작한다.

두원땅 넓은 벌에 펼쳐진 우리~(1절)
반도 끝 갯바람에 닦아진 우리~(2절)

나는 벌과 뻘에 펼쳐지고 바람에 닭아진 것인가?
그것도 갯바닥을 타고 불어오는 갯바람에...

강연 중에 딴생각은 순천 그날이나 서울 오늘이나 매~한가지다.
順天사람 김한민 감독의 <명량> 영화에서 과묵한 이순신 말씀도 스쳐간다.
영화 마지막에 이순신 아들이 장군에게 물어본다.

과묵한 이순신이 묵직하게 답한다.

천행(天幸)이다.
천행은 백성(人)이다.

그렇다.
天幸의 남도 땅에 태어나 득량만,여자만과 해창만 모진 갯바람과 질펀한 갯벌에 닦아진 우리였다. 왜 나만 빼냐고 서운할랴~나비반도(여수)에 가막만도 있다.  
학창시절 교가에 남도사람들의 삶의 질곡과 지혜가 모교의 교가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날에 나는 바람을 피해 순천땅에서 따뜻한 교실에서 공부했다. 김남조 시인의 <겨울바다>를 연신 읽어 내려갔다.
그날에 어머니는 동지섣달 득량만 모진 갯바람에 꼬막과 바지락을 캔다. 어머니는 손을 뻘구멍에 푹~집어 넣고 낚지를 쑤욱~뽑아낸다.

바람을 계산했을까, 극복했을까?

개틀날, (원동떡) 할머니는 동네에서 소문난 낚지잡이 선수요, (양리떡) 어머니는 반지락 꼬막 잡는 선수였다.
곱슬머리 꼬시락떡 아지매랑, 동네 이장배 반지락잡기 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놓고 업치락 뒤치락 반지락~했다.

갯바람을 계산했을까? 극복했을까?

그리고 오늘 나는 고교동창 강연에서 한국 양궁의 세기의 선구자, 양궁협회 장영술 부회장의 강의를 듣고 그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입니까?
극복하는 것입니까?

양궁장은 특히 바람이 심하다.
바람이 변수다.

여자양궁 올림픽 10연패의 월등한 저력을 이끈 장영술 부회장은 누구인가?
땅의 기운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가 태어난 순천 월등면을 찾아본다. 사람을 만나면 나는 그가 태어난 곳을 네이버지도에게 물어보곤 한다.

예로부터 순천에서 인물자랑 말라했다.
그는 순천시 월등면에서 태어났다.
월등한 유명관광지나 특산품이 있나 찾아보니...
이동네는 달동네(?)다.
신월리, 운월, 월림, 월용, 계월리, 月田중학교까지 지명에 月자가 들어가는 곳이 많은 달동네요, 구례, 곡성 산골과 가까운 달동네다.
바다가나 섬사람들이야 갯것이나 먹고살았지~,  
바람 부는 산골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극복해야 했던 삶의 질곡이 보인다. 화살처럼 뇌리에 휭~하니 스쳐간다.

그에게서 남도 땅 월등(月嶝)의 차분한 기운이 보름날 보름달처럼 스며온다. 나처럼 나대지(?) 않는 조용한 이지(理智)를 가졌다.
남도의 나댐은 낫낫함이다.
월등(月嶝) 산기슭을 따라 흐르는 달그림자다.
新月, 津月, 月田에 月嶝...月자 들어가는 동네 사람들은 분명 달의 마음, 月心이 있다.
하여간, 김한민 同門은 영화 <최종병기 활> 에서 이렇게 답했다.

도대체 이말이 무슨뜻인가?
추운 겨울날 술마시고 집에 가는 길에 술값은 계산(?)하고 찬바람은 극복(?) 이겨내라는 말인가?

그럼, 한국양궁의 숨은 일꾼은 무엇이라 답할까?...
그도 지체 없이 이렇게 답했다.

바람은 극복하는 것이다

계산하는 것과 극복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리더십 강연 중에 내눈에 쏙~들오는 나다움을 찾는 남도스러움은 팀워크와 긍정적 마인드였다.
팀워크는 함께하는 항꾼에요,
긍정적 마인드는 분(憤)해도 당(撞)도 암시랑토~안허게 긍게~긍게 하며 사는 것이다.
웅숭깊게 사는 것이다.
모진 풍파에도 긍정의 힘으로 암시랑토 안 허게 멋있게 살아도 좋겠다.

바람이란 무엇인가?
과학적 사고에 의한 그냥 고기압, 저기압 인가?
아닐쎄~다.
남도 風流정신, 太山風流와 섬진강에 물어볼 일이다.

남도여행으로 풍류와 섬진강 먹거리를 즐기며 들어보면 참 좋을 만한 강의다. 술이 술술 넘어가고 인생사가 술술 풀릴만한 장영술 순천월등사람 명장의 명강의였다.

순천월등 사람 이야기를 들으니 '월등히 머리가 좋은 사람' 에 대한 현대 한국철학의 거목, 故김태길님의 말도 월등(月嶝)의 달처럼 떠오른다.
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 과 '머리가 월등히 좋은 사람' 의 차이를 <삶이란 무엇인가; 삶과 그 보람>에서 이렇게 말한다.

머리가 좋으면 계산이 빠르고 계산이 빠르면 이해와 득실에 예민하기 쉽다.
머리가 월등히 좋은 사람은 사물의 진상을 뚫어보는 통찰력이 뛰어나고 먼 곳까지 한눈에 내다보는 원대한 시야(視野)의 소유자다.

시야에 보일 시(視) 자를 화살 시(矢)로 바꿔도 딱~들어맞는다. 그의미가 일맥상통함이 양궁용어로 10점, 텐텐텐!이다.

AI(슈팅머신)와 사람 간에 활쏘기 대회도 흥미롭다. AI는 바람의 변수를 예측하여 계산해 활을 쏜다. 그러나 AI도 항상 텐텐텐을 쏘지는 못한다.
왜일까?...
그것을 말하면 천기누설(?) 이므로 읽는이의 상상에 맡긴다.

슈팅머신과 김우진 선수 대결

반도 끝 갯바람에 닦아진 질펀한 고향바다가 스쳐간다. 바람을 계산했을까? 극복했을까?
바람을 계산하고서야 이보다 더 질~펀할 수는 없다.
남파랑길을 걷는 서울여행객들이 참 질박(?)하다고 표현했지만, 질박함으로는 약하다.
질펀하다.
바람을 극복한 자연이 빚은 예술품이다.
길도 윤기도 물도 좌르르~흐른다.

득량만 남파랑 73번 두원길 갯뻘밭

우연일까, 필연일까. 강연이 끝나고 가는 삼성(코엑스)역에 맨얼굴에 <인(人)> 이라는 조각품도 눈길을 끈다. 집에 가는 나의 눈길을 잡는다.

지하철 삼성역에서

그리고 오늘 강연에 과녁에 화살처럼 다가오는 이 말에 나는 꽂혔다.

간절함

그날에 갯벌에 남도 어머니는 간절했다.

자석들이 공부를 한단디 어짜꺼요
꼬막을 깨서라도 갤차야제~

교실에 교훈 인고미덕(忍苦美德)이 말하듯 그날에 나도 간절했다.

1986년 순천고등학교 교실

한국양궁도 간절했다.
꿈을 향한 간절함이다.
꿈꾸는 것은 극복하는 것일까

나, 고흥돌문어의 노래방 애창곡은 안예은의 <문어의 꿈>과 조용필의 <꿈>이다.
순천만 정원에는 꿈꾸는 <꿈의 다리>가 있다.
바람은 꿈이다.

양궁선수 손과 발
안예은, 문어의 꿈
강연장에서 同門들과 함께
조용필,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