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인문학 기행》이라는 책이 내눈에 들어왔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다.
주말 등산 북한산에서 집에 오는 지하철 한켠에 놓인 북코너에서 주인장이 만원에 3권을 고르란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책 값은 왜 이렇게 싸지? 마른안주 술안주 값보다 싸네' 하며 넑두리를 하며 책을 고른다.
이리저리 북서핑을 하다 내눈에 쏙 들어 오는 그 단어 이 나라, <프랑스>.
중학교때 고향에서 18세기 후반 시민혁명의 표본으로 접하게 된 그나라 프랑스. 20년 전에 서울 직장에서 출장을 간 그 나라 프랑스. 영국은 음식도 내 입맛에 맞지 않고 날씨도 우중충하고 오후 4시면 깜깜해졌다. 뭔가 나하고 맞지 않아 유럽도 별거 없네! 그러던 차에 내눈에 쏙 들어 왔던 뭔지 모를 남도 내고향 내음이 났던 문화예술의 나라 프랑스.
서울로 귀국하던날, 비행기 상공에서 서울을 내려다 보던 그날. 프랑스 에펠탑에서 내려다본 파리는 도시가 고층빌딩이 많지 않은데 서울은 왜 이렇게 고층빌당이 많지?
저게 프랑스 지성인들의 필독서《감시와 처벌》에 나오는 감옥인가? 촘촘히 빼곡빼곡 즐비한 아파트는 닭장처럼 보였다. 저 수 많은 빨간색의 불빛들은 뭐지? 옆에 앉은 동행자가 교회란다.
그 하늘에서 30대의 눈으로 본 후로 20년이 지나 하늘의 섭리를 안다는 知天命의 나이에, 학창시절 꼭 읽어보고 싶었던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읽어보았다.
인간의 삶을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에 비유한 시대의 명비유가 나온다. 20년 전 내가 느꼈던 그날 서울하늘에 아파트는 새장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내 머리속에 이상향으로 동경했던 그 나라 프랑스, 프랑스 중산층 기준이 또 눈에 쏙들어온다.
프랑스에서 중산층이 되려면, 외국어 하나 할 줄 알고 악기하나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줄아는 요리하나는 해야한다고 한다.
공분(公憤)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 여부가 중산층 기준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아파트평수, 자동차cc, 월급여 수준, 예금잔액, 해외여행 여부가 중산층 기준이다. '졸부' 와 '벼락거지' 는 무엇을 말하겠는가?
은퇴 전후 불안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식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사회. 나는 우울증이 아니라지만 내면 깊숙이 무언가 '불안' 이 자리잡고 있는 베이비부머 한국 중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백세시대라는데 은퇴 후 30년, 40년을 한국기준 중산층이 아닌 은퇴자는 모두 하층민으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앞으로 10년 후면 1970년대생 까지 직장을 은퇴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텐데...
'한국사회는 전쟁이후 찌저지게 가난한 나라에서 우리도 한번 잘살아봐야 겠다는 물질에 대한 집념이 너무 강해 그 집념이 집착이 되어 돈의가치를 지나치게 보는 물질만능주의 사회가 되었다' 는 한 유명대학교수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전쟁의 상처를 빠른 시일내에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 '산업화ㆍ민주화 과정에서 과거의 발전 동인(動因)이 미래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는 한 유명인의 말도 생각난다. 너무 급하게 발전하다 보니 물질적으로 잘 사는 만큼 정신세계가 뒷받침 되지 못하고, '경쟁' 이라는 패러다임이 뇌속에 박혀 물질적으로 남보다 뒤지면 무언가 미래가 불안한 한국사회 특유의 사회병리현상이 외국주재 기자를 하며 한국을 보니 이제서야 보인다, 는 한 공중파 유명기자의 말도 생각난다.
은퇴후 노후가 불안한 것은 한국 중산층 기준으로 내가 하층민이 여서가 아니라, 나의 '뇌'가 한국기준 중산층 기준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한국사회도 프랑스나 유럽처럼 가치관이 변하리라 본다. 그럼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 새로운 학문을 더 배워야 하고 노후에 돈벌이 수단을 더 준비 해야할까?
아니다. 바로 그 동안 학교, 직장에서 길들여진 나의 '뇌구조' 를 바꾸는 것이다. 뇌구조를 바꾸는데 가장 좋은 것이 여행이다. 조선시대에는 사대부, 지금 한국에서는 지식인이라 불리울 만한 17세기 유럽귀족들은 어려서 부터 세계관을 넓히려 유럽곳곳을 둘러보는 여행(Grand Tour)을 떠났다고 한다. 유럽에 태어 났으면 그랜드 투어를 했으련만, 나는 그시절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한 교실에서 사지선다형 문제를 외며 경쟁과 남눈치, 시기질투에 길들여 졌다.
그 때를 지워내고 은퇴후 인생후반전을 평범하게 중산층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즐겁게 오래 살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런 고민과 고민 끝에 내눈에 쏙 들어온 이책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인문학 기행》그렇다고 내가 이 나이에 프랑스로 이민을 갈 수도 없고... 프랑스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다 읽는다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소개하는 한 유투부 영상에서 ' <나> 라는 존재를 잃고 기계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도시인들이 불안에서 벗어나 존재(나)를 찾는 길은 그리 멀지 않는 곳, 바로 고향과 어린시절에 있다. 그시절 그모습을 찾으면 그게 바로 <나>를 찾는 길이요, 나를 찾으면 본래적인 <나>와 사회적인 가면(폐르소나)를 쓰고 있는 <나>사이에 괴리, 가면이 벗겨져 불안에서 벗어나 어려서 똥오줌만 잘 가리면 행복해 지듯 현재 지금을 즐길 수 있다' 는 말이 참 와 닿았다.
그럼 나와 같이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한 한국인들에게 노후를 준비하게 보템이 되는 책은 없을까?노후준비 재테크 책은 시중에 넘처난다. 그들이 국민연금도 개혁한다는데 돈이 없어 노후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뇌에 물질만능 때가 다 벗겨지지 않아 불행한 것은 아닐까? 그 때를 벗겨내는데 도움을 주는 책 《남도와 사랑에 빠지는 인문학 기행》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프랑스 남부와 북부로 2편의 책이 있듯이 남도 동부와 서부 2편의 책을 써보고 싶다. 고교 시절 고등학교는 순천을 중심으로 동부6군, 고흥ㆍ보성,ㆍ광양,ㆍ승주ㆍ여천,ㆍ구례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공부하는 人文高였다. 人文學은 무엇인지 이 나이에 다시 생각해 본다. 남도 인문학 기행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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