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도여행

딸아이 국사책 보며 떠나는 남도여행

고흥돌문어 2025. 6. 25. 11:25

고등학생 딸아이가 거실에서 역사 공부를 한다
갑신정변 김옥균, 서재필, 갑오개혁 김홍집 그렇게 말하며 외는 소리가 들린다

딸아이 국사책 참고서에서

딸아이와 아내가 김홍집 총리대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학창시절 형광팬으로 밑줄을 긋도 그것도 모자라 자를 대고 볼펜으로 밑줄 긋던 그날도 생각난다. 밑줄이 촘촘히 그어 진걸 보니 무엇보다 딸아이가 아빠 골프비 아낀 학원비 값은 해서 다행이다

딸아이에게 김홍집 그사람 갑오개혁하기 전에 아빠 고향 고흥에서 현감(군수)을 지냈다고 말해주었다
책을 보니 거문도 사건?
거문도는 가족과 함께 등대숙박이 좋다던데~ 아빠는 거문도는 아직 못 가봤다고 다음에 꼭 가보고 싶다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서재필은 차밭이 있는 보성이 낳은 천재라고 귀띔해 주었다
지난겨울에 안산에 올라 내려오는 길에 독립문에 서재필 선생 출생이 전남 보성이라고 적혀 있는 것도 아빠가 직접 봤다고 말해 주었다

독립문에서

하지만, 국적을 미국으로 바꿔서 요즘엔 욕먹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김홍집은 아빠가 고향 가는 길에 고흥향교에서 비(碑)가 세워진 것도 봤다고 사진도 보여주었다

고흥향교 에서

딸아이가 피시시 웃는다
아내는 시험에 안 나오는 그런 거말고 시험에 나오는 것 위주로 애한테 말해 주라고 말한다
그런 건 시험에 안 나온다고 한다

고흥사람들에게 김홍집은 선한정치의 상징이었다
그가 떠난 후 12개 면에 선정비를 세워주었다

고흥문화원 발간 자료에서

하지만 김홍집은 서울에 올라가 고종이 시킨 보부상들에게 돌에 맞아 죽임을 당했다
돌로 선정비를 세워준 사람들과 돌로 죽인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향의 향토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홍집!
참 아까운 사람 이제~
김홍집 말만 들었어도 일본하고 합병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임진왜란 때부터 고흥사람 정걸은 판옥선 배를 만들었고, 나주 사람 나대용은 판옥선에 철갑을 씌워 거북선을 만들었고, 광양현감 어영담은 물길을 일러주었고, 순천사람 정사준은 조총을 만들었고, 나의 13대 직계조상 보성사람 이봉수는 화약을 만들었다

남도에는 그렇게 장인(匠人)의 삶에서 배어나온 실학과 실용의 정신이 뿌리내려있었다
그래서 남도사람들에게는 김홍집 현감이 좋은 정치인으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선의 숨은 과학자 이봉수 장군은 딸아이의 14대 조상이다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에서

딸아이에게 이순신 장군 말고 , 요즘엔 이봉수 장군도 국사책에 나오냐고 물어봐야겠다
딸아이는 과학시험을 잘 본다고 아내가 말한다
이봉수 장군이 기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