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남도는 축제다(?)
사시사철 절기마다 축제가 있다
나는 남도 축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호남歌~
함평천지에 나비축제~
순천만 갈대축제~
여수 영취산 진달래 축제~
구례 산수유축제~
광양 매화축제~전어축제
보성 녹차축제~꼬막축제
장흥 물축제~
고흥 유자축제~
다시 돌고 돌아 순천웃장에는 국밥도 축제요~
여수 밤바다에는 불꽃도 축제다
함평천지에 오만가지가 축제다
축제란 무엇인가?
영화로도 각색된 장흥사람 이청준 소설《축제》란 무엇일까?
장흥生 작가에 거목이라는 말보다 부모님들이 쓰던 말, 장흥사람, 사람이라는 말이 참 좋다
장흥사람은 왜 슬프고도 슬퍼야 할 어머니 장례식을 왜 축제라 하였을까?
삶과 죽음 그리고 남은 이들의 향연(鄕宴)
네이버, 유튜브를 찾아보니 축제의 기원은 제사가 어쩌고 신화가 어쩌고 저쩌고~뭐라 뭐라 썰~을 푼다
나는 그건 잘 모르겠고 다.
하여간, 남도에서 내가 어려서 누구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신 초상날을 살째기에 살포시 어머니 젖가슴 만지듯 더듬어 본다.
초상날에 술잉는 마을에는 돼지를 잡고 어른들은 푸짐한 돼지고기 안주에 술을 마신다
아이들은 비닐봉지에 든 까스활명수에 계란에 초코파이에 쫀득이를 꺼내 먹는 설레임과 신비함이 감도는 괴이한 날이었다
유자축제가 열리는 유자마을 풍양 양리떡 어머니는 나도 곡소리~한 소절 하러 가야 한다고..
구례~순천~보성~여수~ 광양~장흥떡 돌아가면서 곡소리 한소절씩 차례차례 한다.
곡소리에 눈물이 없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참 괴이했다.
축제란 무엇일까?
왜 초상날을 축제라 하였을까?
동네 사람들이 남녀노소 모두 모였다.
꽃상여를 부여잡고 아이고~아이고~곡소리를 내고 슬픔을 나눈다.
상두꾼 상여꾼은 가는~보살~어머니는 아이고 아이고~나는 영어책 I go~를 읽는다.
아재들은 하루종일 마을회관 동각에 모여 앉는다.
푸짐한 돼지고기 안주 수육에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술잉는 마을에 저녁놀이 탈 때까지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노래를 부른다.
남도인의 향연, 남은 사람들의 향연(鄕宴)이었다
그렇다~바로 그거네다.
축제는 모이고 나누고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향연이었다.
술과 음식과 노래와 사람이 있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입담이 있었다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있었다.
어른과 아이들이 항꾼에 있었다.
꽃상여 꽂을 머리에 꽂고 꽃상여를 따라가는 꽃순이도 보인다.
전라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쓴다는 항꾼에, 싸목싸목, 암시랑토 안해~
그 남도말처럼...
항꾼에 싸목싸목 모여 싸목싸목 이야기하며...
자네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는가~
(상두꾼 매기듯) 그렇게 매기면~
(상여꾼 받듯) 암시랑토 안한당께요~
그렇게 갯땅쇠들이 모여 화풀이에 살풀이하며 불협화음을 하모니로 풀어내는 날이었다.
판이었다.
가끔 마음씨 좋은 술꾼이 술만 들어가면 판을 깬다.
그리고 다음날은 또 암시랑토 안허게 서로 웃고 항꾼에 품앗이를 나간다.
축제란 무엇일까?
나는 아직 삶을 다 살지 못했다.
나는 아직 축제를 잘 모른다
소록도ㆍ오마도 이야기《당신들의 천국》이청준 장흥사람은 문학을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삶은 축제였다.
맨얼굴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어머니 곁으로 가는 게 아쉽다~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장흥땅 진목리에서《눈길》에 손사래를 치던 어머니 곁에 장례식 축제를 지내고 잠들어 계신다.
어쩌면 축제에 삶과 죽음에 깊은 철학과 이상이 담겼을지도 모르겠다.
11월 7일부터 10일까지는 고흥에서 유자가 축제다
유자를 거꾸로 말하면 자유다
자유는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다
남도축제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남도 만의 웅숭깊은 그 무엇 , 그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려서 동네 꽃상여 나가는 날에 느꼈던 그 무엇, 잊혀지지 않는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에 꽃상여에 꽃은 참 괴이하고 이삐고 신비스러웠다.
그리고 천경자 고흥사람은 어려서 보았던 그날의 축제의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다음글에는 미술전문가의 시선이 아닌 고향사람들 눈으로 보는 요상한(?) 천경자 그림에 대해 써봐야겠다
나의 삶은 소풍으로 시작했다.
고흥 두원면 대전해수욕장 소풍이요~
서울극장의 연극이요~
남도여행이었다
이제는 삶이 축제여도 참 좋겠다
가을이면 남도 들녘도 황금빛으로 노랗고 유자도 노랗고 길례언니도 노랗다
삶은 여행이요 여행은 축복이요 축제다.
고로, 삶이 축제였으면 좋겠다.
축제와 함께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온다.
맨얼굴에 맨살로 돌아온다.
꽃과 여인의 화가 영혼이 축제를 하러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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