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때 <남도와 사람에 빠지는 인문학 여행>을 하려 노동산에 올랐다.
순천별량에도 뽀족한 첨산(尖山)이 있고 고흥동강에도 첨산이 있다.
첨산이 내려다 보이는 노동산은 처음이다

서울 1992년 겨울, 그 무엇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 첨산이 내다보이는 곳에서 태어난 어떤 사람을 나는 처음 알았다.
남북 분단 이후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민주주의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학가에서 나는 그를 처음 알게 됐다.
박노해다.
참 애잔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 만 들었다

그 후로 강산이 세 번 변하고 반쯤 변해...
나는 그를 또 알게 됐다
고흥동강 보성 벌교 사람 박노해다
아니 창원 박 씨 박기평이다
고흥 동강면 노동산 자락 아래에서 동강초등학교를 다닌 아이 기평이~기팽이다
그날의 삶처럼 창밖의 비는 추적 추적 내렸다

동강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동강에는 중학교가 없으니 벌교 중학교를 다닌 박기평이라는 중학생이다
동강초등학교 광선이 동창과 헤어진 후 벌교중학교 광석이 동창을 만났다.
졸업 후에는 고향 친구들에게 나를 알면 해코지 당한다고 동창회를 나오기를 꺼려했던 동창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 <노동의 새벽>은 척박한 시절에 서울로 간 남도 우리 아재와 누님과 친구들의 삶이요 시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참 나빴다
내가 그를 다시 알게 된 것은 詩를 통해서다
노동의 새벽 박노해 시인에게 이런 시가 다 있었나~
천하의 박노해도 나이 들면 참꼬막이 좋구나~
벌교동창 광석이가 보내준~으로 시작하는 <꼬막> 시다

시인이 광주에서 학교 다닐 때 벌교生 동창이 있었나 그렇게만 생각했다
시인은 벌교 중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얼마 전 그의 자전수필 <눈물꽃 소년>을 접하게 됐다
수필의 이야기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다
수필의 정서가 어디서 많이 느껴본 이야기처럼 공감이 갔다
나의 살던 고향 남도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청신한 오월 연휴 때 시인과 사랑에 빠지려 동강면 노동리를 갔다
노동운동가 박노해스럽게 이름도 노동리 노동산이다
아뿔싸~시인은 농로(農路)를 걸으며 <걷는 독서>를 한다는데...
책이 너무 두껍고 무거워 걷는 독서는 할 수가 없었다
박노해 시인은 자기혁명을 했다
사진작가로 또 변신했다
그리고 이제는 수필가로 변신해 경기도 양평에서 또 책을 쓰고 있다
노동산을 걸으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째깍쩨깍 눌러본다
삶이란 쉼도 있어야 한다
노동산에는 쉼터가 있다

벌교에는 벌교의 주먹~담살이(?) 의병장 안규홍 義人이 있다.
박노해가 박기평으로 돌아와 TV에 나와 동강집에 더부살이 담살이 머슴 형에게 말했다는~
시인에게 시상에나~시상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는 참 곱지야~꽃도 노동산에 있다


남도와 고흥의 詩論을 말하는 듯 하다.

노동산 길은 시인의 인생길이었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부모네들 세대의 척박한 삶의 길이었다
산업화 도시화를 살아온 우리네 세대의 고향상실의 길이었다
인생 만사 오르막도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길이었다
순천만 정원에 있는 둥근 길의 자연산 둘레길 같았다

순천고 정문에 있는 오늘도 세계를 주름잡는다는 사자상이 길 양쪽 옆으로 노동산 정문에도 있다

순천 인제산 사자가 어미일까?
고흥 노동산 사자가 어미일까?
그런 보잘 것없지만 있어야 할 (?) 생각도 해본다
삶과 역사는 흔적이다.
아니 그보다, 인문학을 하려면 알아야하고 유럽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니체 철학의 인간성숙 3단계에서 낙타와 사자 다음으로 나오는 아이(?)는 무엇인가?
늙으면 애처럼 살라는 말인가?

내가 청소년 때 고교 정문에서 본 <오늘도 세계를 주름잡기 위하여> 와
지금 내가 보는 <큰 뜻을 품자>
는 어떻게 다르고 같은가
뜻은 세계였나 세계관(觀)이었나?

정상에서 보았던 저 동물은 사자인가? 하이에나인가?표범인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들으며 계단을 올라 정상에 다다랗다.

길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꽃길~꽃길 하는데 길이란 무엇일까?
그렇게 길에게 길을 묻고 시인이 졸업한 동강초등학교를 갔다
큰학교는 나에게 길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동강에 있는 작은 학교 담벼락 원고지가 나에게 길을 말한다

길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길에는 그 길만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아침 편의점에서 글을 쓰다 주인장이 내어 주는 길도 있다

담배가 말하는 길인가
담배는 끊고 싶다.
도시의 길과 고향의 길의 차이인가
노동산에서 본 그 꽃은 분명 도시의 꽃과 달랐다.
기평아 곱지야~


항상 없는 걸음(?)으로 큰길을 가네



큰 뜻을 품자와 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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