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도여행

거꾸로 거슬러 올라(?) 가는 남도여행

고흥돌문어 2024. 11. 13. 08:07

그날에 학창시절, 선생님이 세계지도를 거꾸로 돌려보란다. 우리나라가 드넓은 태평양으로 뻗어있었고 그 시작이 땅끝에 나의 살던 고향이었고 그 끝이 우주로 가는 센터가 있는 나로도였다. 뭔가 신선한 나로도 삼치, 아니다. 그때는 내가 언제 삼치는 먹어봤나, 나는 순천에서 공부하고 부모님들이 잡은 삼치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날들이 이었다. 꼬막에 반지락에 삼치 판 돈으로 수학의 정석과 성문종합영어를 사고 자취방에 하숙비내고 공부하는 날들이었다.  

1980년대 순천고 교실 역사시간

그날에 지도를 거꾸로도 보라는 선생님 말씀은 신선했다. 신선한 나로도 삼치보다 더 신선한 어머니표 서대회무침이나 반지락호박무침 맛이라 해도 좋겠다. 아무도 식초를 얼마나 살째기~그 살째기가 얼마인지 엄니만 아는 그 엄니표 살째기 무침 맛, 먹을 때마다 그 맛이 새록새록 다른 그 무침 맛처럼 그 추억에 묻혀본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선생님이 지도를 다시 돌리란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신 기억이 갑자기 튀어 오른다. 오만가지가 뒤범벅이 된 뻘생각(?)하는 뻘밭의 갯벌이 된 나의 뇌에서 순천 짱둥어처럼 그날의 기억이 통통 뛰며 튀어 오른다. 선생님이 그날에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 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다.
공부하려면 혈액순환이 잘되야 머리도 지구가 돌듯 잘 돌아가니...
주말에 목욕탕 가서 꼭 때를 벗겨라
물도 사 먹는 날이 올 것이다.

끝말에 이.. 아니면 잉.... 그랬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하지만 물도 사 먹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다 때, 때가 있다는 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노고산에서 고교 동창들과 함께

주말에 고교동창들과 노고산을 갔다. 저번 산행에서 내가 챙긴 학교이름이 새겨진 현수막을 왜 안 가져왔냐고 동창이 묻길래, 왜 없냐? 가져왔냐고 묻길래, 나는 이렇게 뻔뻔하게 말했다.

당연히...
안 가져왔죠~

나이 드니 추억은 생생하고 현수막에 뭘 자꾸 까먹는다. 아니다 여려서부터 그랬다, 그게 나다운 거다로 위안도 삼아 본다. 산행 후 카톡에 나도 올리고 동창들도 사진을 올린다.

사진은 무엇인가? 그림이다. 다만, 사진과 그림이 다른 것은 사진은 바깥세상을 드러내고 그림은 눈으로 본 바깥세상을 화가의 내면과 버무려서 드려내는 것이다. 실존은 존재(의미)를 찾아 끊임 없이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다~그렇게 말해도 시비걸 철학과 교수없다.

포토제닉(Phtogenic)이라는 왜래어도 있지만 여행작가들은 가장 인상에 남는 사진이나 풍광, 하나의 선택을 원픽(One-pick)이라 한다. 나도 주말등산 여행의 원픽을 꼽자면 아래 사진을 꼽고 싶다. 직감적으로 직관의 눈으로 이사진을 꼽고 싶다

어떤 여행작가의 말이 기억난다.

여행 후 사진과 느낌을 텍스트(Text)적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콘텍스트(Context)적으로 해석하라

나는 그 말에 이런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까먹고 머리 아픈데~
사진과 여행을 뭘 해석까지 하나~
그냥 느끼고 느끼고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아닌가?
知性人이란 (知)적 호기심과 (性)적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人)이 아닐까?

주말산행의 사진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거꾸로도 본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 이제는 그 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꾸보고 거꾸로도 보고 여행작가가 말한 컨텍트적(?) 맥락과 흐름으로 직관의 눈으로 보니 느낌, 느낌이 남는다. 보면 볼수록 새롭게 다가온다.
여행의 그 느낌이 더하면 의미가 된다. 그 의미와 느낌과 여행이 남도의 三合처럼 버무리고 합해지면, 인생은 여행이 된다.  

또 옆길로 샐라~옆길로도 새봐야 삼천포로도 빠져봐야 그곳에 뭐가 있는지 안다는 것이 나의 삶의 철학이다. 서설은 그만하고, 나는 그날의 사진으로 무엇을 느꼈는가,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본다.

♤ 첫째, 그날에 三山은 오늘에 三角山으로 변했다.

순천 三山

오늘 보니 순천 삼산의 봉우리는 둥글다. 나에게 삼산의 한 봉우리는 할매, 그다음 봉우리는 아부지, 그다음 봉우리는 어매다. 삼산의 할매 봉우리가 매우 낮은 것은 등이 굽었기 때문이다. 삼산의 할매봉이 품은 설화도 있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삼산은 부모님산이다. 그날에 둥근 삼산 아래서 자란 3명이 오늘은 각이진 서울 삼각산 봉우리 아래에 있다.

둘째, 칼세이건의《코스모스》다.

지구를 우주에서 넓게 보면 점하나로 보이듯 북한산 봉우리를 노고산에서 넓게 보니 작아 보인다.  사진에는 삼각산 보다 3명의 사람이 더 커 보인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에 뫼뚱이요~산이 높다 하되 사람 머리 위에 꼭대기다.
자연과 사람을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 맨눈으로 보느냐, 무슨색 안경을 끼고 보느냐~똑같은 자연과 사람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맨 오른쪽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이는 내가 검게 보이고 노란모자를 쓴 20회 젊은 오빠는 멀리서 보면 20대로 보이기도 한다.
1980년도 발간, 칼세이건 《코스모스》? 그때는 내가 오지에(?) 시골길에 코스모스만 봤지  언제 이 책은 읽어봤나? 서울에서는 이 책이 유행이었나 보다. 오늘에사 읽어보니, 칼세이건의 이 말이 압권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극장의 작디작은 무대다.
창백한 푸른점이다
우주에서 찍은 지구사진

태양계 자체가 우리 은하에서 깡촌이다. 우리 시골집처럼 깡촌이다. 그 태양계에서도 깡촌중에 깡촌이 지구다. 지구인은  모두 은하계에서 보면 태양계 지구의 촌놈들이다. 근데 그 촌놈들이 내가 더 잘났니, 네가 더 촌놈이니 하는 게 아닐까.
나로도 지구 촌에는 우주센터만 있는가?

셋째, 삼삼한 나로도 삼치다.

나로도에는 장대(양태), 병어, 붉바리(꽃능성어~능생이), 다금바리가 모두 자연산이다. 그중에 삼치는 전국에서 신선도가 으뜸이다. 고흥 하면 나로도 삼치요 ~삼치 하면 나로도다. 정치와 협치와 염치의 삼치를 잃어가는 서울에서 먼 곳으로 삼치맛이나 보러 나로도에 가볼 만하다.

사잔에 동창선배 기수가 33회이고 삼각산이 내다 보이는 곳에서 3명이 사진을 찍으니, 자연스레 자연의 그곳 나로도가 컨텍스트(?) 맥락적으로 연상된다.

자연지형과 사람이름은 서로 만나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가운데 사람이 고흥읍이요, 한쪽에  사람 머리끝이 녹동항이요~나의 머리끝은 녹색자연의  나로도로 보이기도 한다. 여름의 금강 봉래산, 나로도 봉래산 능선을 따라가면 우주센터, 그 너머에 태평양으로 가는 다도해 남해가 보이듯, 북한산ㆍ삼각산 너머에는 파란 하늘이 보인다. 다도해의 섬처럼 구름이 떠있다. 낚시꾼들의 천국에 보이는 이순신 거북선처럼 보이는 맷돌의 손잡이 곡두를 닮은 여인이 누워있는 듯한 "곡두여'도 보인다.

나로도 봉래산 정산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고두여는 맷돌을 가는 우리네 할매와 어매로 나는 느꼈다. 꼭두각시는 또 웬 말인가?

지금에사 그날에 순천에 선생님 말씀이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선생님이 '다 때가 있다~'고 말하시며 왜 지도를 거꾸로 돌려보라 했는지 깨닮음이 온다.
그...때는 시간이며 공간이었다. 철학도 결국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유이다. 철학이 있는 삶을 살고싶다.
삶은 계란도 있지만 삶은 철학이다. 그날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때, 때는 지혜였다. 삶의지혜였다. 이태리타올님 말씀(?)에 '다 때 가있다~지혜로운 자는 때를 기다린다' 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주말 산행으로 북한산에도 온천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행도 삶도 우연의 발견이 으뜸이다. 목욕탕에서 부력을 발견하고 할딱벗고 뛰처나오며 유레카~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도 떠오는다.

북한산온천 비전?
온천에서 때 빼고 광을 내야 비전이 보인다? 거꾸로도 생각하고 올라바야 인생후반전 비전이 보인다?
온천까지 다녀온 노고산 산행으로 노곤해서 일찍 잤다. 새벽 일찍 깨어 테레비 화면으로 나오는 유튜브를 시청했다. 유레카 아르키메데스 처럼, 프랑스 지성중에 지성 푸코아저씨 처럼 대머리(?)아저씨 도올선생이 나온다. 도올선생이 침(?)을 토하고 말한다

  거꾸로 보면 전라도 촌구석이 아니다
지도를 거꾸로 놓고 강의하는 도올

내고향은 촌구석에서도 꾸석돔이였다. 도올의 말처럼 ~그럼, 앞으로 나는 이렇게 말해봐야겠다.
고향을 내려간다~그렇게 말하기보다...

고향으로 올라간다

거꾸로 올라간다~그렇게 산을 오르듯 고향으로 올라도 봐야겠다. 내려도 가봤으니 올라도 가보련다. 세계를 주름잡지 못했으니 이제는 세계관이라도 주름잡고 세계를 부등켜 얼싸안고 품어도, 품어도 좋겠다.
도올 따라 거꾸로(도 올)라 가련다.
우리강산 남도 강산에 거꾸로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순천왜성, 검단산성에 올라 남해를 바라보는 도올

강산에, 거꾸로 오르는 연어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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