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고흥여행

고흥 기음괴식(奇飮怪食) 3味 ; 며느리밥풀꽃 맛 풋고추열무김치

고흥돌문어 2025. 2. 12. 16:38

주연을 보러 드라마나 영화를 보았더니, 주연이 조연이 되고 조연이 주연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감칠맛 나는 연기의 조연이 더 인기를 끄는 때도 많다.
남도음식이 그렇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주연을 먹으러 같더니, 머리털 나고 처음 먹어본 반찬 조연에 끌린다.
고흥에만 있는 풋고추열무김치가 그렇다.

고상한(?) 여행을 즐기는 고상한 서울손님들이 고흥과 여수 나들이를 왔다.
녹동항 해변의 식당이 서울손님들을 환대한다.
서울에 유명 여행작가와 반가운 서울손님들이 왔으니 고향의 잔치,향연(鄕宴)이라 할만하다.

녹동항에서

큰손 아짐이 덤벙덤벙 내놓은 남도産 주연(돌게장)과 조연(생선구이, 꼬막, 굴...)들이 저마다 품평회를 연다. 서울 손님 젓가락이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그리고 누군가 놀란 호들갑(?) 소리가락이 들린다, 젓가락이다.
미녀의 젓가락을 옥저(玉箸)라 했던가

어? 이게 뭐지?
열무김친데 빨간(고추) 색이 없네

우측에 꼬막 맛은 벌교요, 어~좌측에 이건 뭐지?
색깔을 보아하니 시금치 같기도 하고 덜 여물고 익은 무 잎파리를 내놓은 것 같기도 하다.

옆자리 서울사람이 또 놀란다.

어? 열무김치에 밥풀이 들어있네~

그녀가 체신머리 없이 반찬에 빠트린 밥풀인가?
녹동항 인근의 거금도, <거금도 아까씨> 노래가사 처럼~수줍은 첫사랑에 앞가슴이 부푼다는 거금도 아가씨처럼~빠진 밥풀에 수줍기라도 하련마는 여사님들은 밥풀이 빠졌다고 ㅎ ㅎ ㅎ 한다.
생전에 처음 본 반찬이니 눈이 휘~동그레 질만하다.
사슴골 녹동항 소록도 사슴눈이 된다.

어떤 식당은 열무김치에 사골국물(?)이 들어갔나 국물이 뿌우~였다.

그렇다.
쌀(밥)에 밥풀이 우려진다.
고흥식 풋고추열무김치는 빨갛게 익은 고추가 들어간 다른 지역 열무김치와 다르다. 별난 세 가지 재료가 버무려진다.

(녹색) 풋고추
+
오동통한(총각무)
+
찐득하게 다진(밥풀)

음식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우주만상의 진리가 음양오행의 조화다. 삼라만상의 조화라면 염라대왕이 잡(Job)이 없어 노할 일이다. 우주의 고장, 고흥에서 우주의 진리를 본다.

고흥식 열무김치는 어린 열무로 담지 않는다. 총각, 총각 무를 큼지막한 빨간 함지에 쑤욱~집어 넣는다.
풋풋한 풋고추(!)와 오동통한 총각무(!)에 방아(!)로 찐득하게 다져진 쌀, 그냥 쌀도 아닌 풋풋한 햅쌀이 들어간다.
3合이 합궁하여 풋고추열무에 뽀얀~찐물이 흘러 나온다.
그래서 知性人 서울여사님들이 환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환장이 왜 오장육부의 腸을 써 換腸인지 찾아볼 일이다.

후루륵~후루룩~

서울 여사님이 이런 시원한 맛은 처음이라고 국물까지 모두 마셔버린다.
막걸리 마시듯 막~마신다.
밥풀이 남겨진 막걸리 국물 마시듯 마셔버린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고흥 피굴 맛처럼 한겨울에 시원한~맛이란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오감이 다르다.
그 입맛을 어찌 글(文)로 표현하겠는가
하여간, 미식가나 여행전문가들은 그 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알싸하다.

'아싸리~' 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 알싸하다'는 입맛의 표현은 처음 들어본다. (알)타리 무와 (쌀)이 들어가 알싸한 맛이라면 말장난이다.
맛과 말이 다르니, 한입(舌)으로 두말 하는 격이다.  
국어사전에게 물어본다.
매운 맛으로 코 끝이 알알하고 싸한 맛~이라고 한다.
그 말도 긍게~긍게~할 수 없다.

고흥식 열무김치는 맵지도 짜지도 싱겁지도 않다.
무슨 맛이라고 할까?
그냥 오감이 교차하는 맛, 감칠맛이라고 해두자.
고흥에 가서 풋고추열무김치를 아삭아삭 씹고 국물을  후루룩~마셔 볼 일이다.

그 맛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며느리 밥풀꽃' 맛이라 하겠다. 풋고추열무김치에 햅쌀 '밥'이 들어가듯, 왜 '며느리 밥풀꽃' 이라 하는가?

남도를 대표하는 고흥生 향토서정시인 송수권 님의 詩 <며느리밥풀꽃>이 그 맛을 살포시 일러주는 듯하다.

혀끝에 감춘 밥알 두 알
몰래몰래 울음 훔쳐먹고 그 울음소리도 지쳐
추스럼 끝에 피는 꽃, 며느리 빕풀꽃
햇빛 기진하면은 혀 빼물고
지금도 바위섬 그늘에 피었느리라

송수권 <며느리밥풀꽃> 중에

'질곡의 삶을 맛으로 풀어냈다'
'삶을 맛으로 승화시켰다~' 그렇게 말해도 개미지겠다.
남도 며느리들의 개미(?)와 같은 삶에 서 묻어나는 개미진 맛이라 해도 좋겠다.
그녀들은 모두 남도의 며느리밥풀꽃이었다.

♡ 소문났다지만 소문이 덜나 더 맛난 식당 : 녹동항 해변식당

♡ 아침 해장하기 좋은 별난 맛에 별난국밥 별난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