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피굴일까?
불금날에 고향동창 모임을 하고 아침에 굴을 먹었다.
피굴?
벌교 피꼬막, 피조개처럼 빨간 피가 나오는 굴인가?
아니다, 껍질 피(皮)의 피굴이다.
굴 껍질이 우려낸 국물, 굴의 피와 같은 국물과 굴이 함께 들어간 음식이라 하여 피굴이라 한다.
굴맛은 꿀맛?
고흥에서는 굴을 꿀이라고 발음한다.
피굴을 한 사발 들이키니 한겨울에 속이 다~ 시원하다.
이열치열만 있을쏘냐~ 이한치한이다.
한여름에는 오이냉국, 한겨울에는 굴냉국이 꿀맛이다.
굴 자연산이라 잘잘하다.
바다의 우유
피굴은 설명절이 다가오는 요맘 때가 제철이다. 남도 득량만과 해창만 여자만 젖가슴의 우유맛이다.
어머니의 품에서 나온 바다의 우유다.
'나중에 나 죽으면 느그 각시한테 맨들어 달라고 해라~'
그랬던 고향에서 그날의 어머니 말도 생각난다. 오늘에 서울각시는 피굴이 나오기까지 조리법이 꽤나 번거로워 직접 맨들어 주지는 못한다. 졸라대니 각시가 고향에서 배달시켜 상차림을 해준다.
쌀쩨기 손맛?
살쩨기는 살포시다.
서울각시는 남도 어머니의 그 살쩨기~손맛을 잘 모른다. 피굴은 바위에 달라붙어 자라는 꽃이라 하여 바우꽃이나 돌꽃이라한다.
돌꽃은 석화(石花)다.
석화를 살쩨기 대처야 제맛이다.
가마솥에 물을 쌀쩨기 데워서 굴껍데기가 살쩨기 입을 벌릴 쯤에 살쩨기 꺼내서 싸목싸목 굴껍질을 깐다. 한손에는 장갑을 끼고 한손에는 무뎌진 퉁거운 칼을 든다. 여자만 굴껍질을 벌린다. 탱글탱글한 굴의 속살이 드러난다. 칼을 쑤욱~넣으면 우유 빛깔 물이 흘러 나온다.
오메~이맛이 딱 그 맛이다
굴껍질에서 나온 찌꺼기가 국물에 들어 갈수 있으니 채로 한두번 걸러낸다. 한우 사골국물 같은 뽀오얀 국물이 나온다.
그 굴국물에 살쩨기 데친 굴을 넣고 남도산 참기름과 깨와 김가루를 쌀제기 넣으면 피굴이 완성된다.
그 살째기가 어떤 것인지는 어머니 돌아가신 후로는 아무도 모른다.
그 손맛을 아무도 모른다.
어머니는 그날에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촌구석에서 돈 나올 때가 어디 있다냐?
뻘이 밭이였다. 육지 밭에서 나온 것 만으로는 자식들 가르치기 어려우니 바다에 밭을 일궜다. 고흥굴은 갯벌밭, 뻘밭에서 자란다.
자연산 굴이 득량만, 해창만, 여자만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 굴이 탱글탱글하다.
오늘에는 통영이 굴양식으로 유명하지만, 예로부터 고흥 해창만, 함경도 영흥만과 황어포가 조선대륙의 3대 굴 생산지였다.일본인들은 나로도 삼치와 해창만 굴을 최고라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승리했다면 프랑스인은 조선의 금과 굴을 채굴해 갔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굴값이 금값이다. 프랑스에서 굴은 와인과 함께 먹는 최고의 만찬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샴페인과 함께 먹는 최고급 술안주다.
여수에서는 설날에 사위에게 이순신 장군이 즐겨 먹었다는 금풍생이(금풍선이)를 구어준다. 고흥에서는 사위에게 피굴을 내어준다.
고흥처자를 각시삼은 사위들이 피굴을 처음 맛보고 이렇게 말한다.
내가 고흥으로 장가 가기를 참 잘했네~
피굴은 남자에게 정력에 좋다. 여자에게는 피부미용에 좋다.
남녀 모두에게 겨울철 다이어트 식품으로 이 만한 것이 없다.
(피)로 회복에 좋은 (굴)
(피)가 잘돌게 하는 (굴)
(피)같이 귀한 (굴)
피 같은 피굴이다.
♤ 고흥피굴을 배달주문하여 먹을 수 있는 곳 ; 고흥애찬
♤ 서울에서 피굴을 맛 볼 수 있는 곳 : 노원구 상계동 갯마을 식당
♤ 서울에서 고흥 석화와 돌문어를 맛 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곳 ; 영등포 고흥식당
♤ 서울에서 고흥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회집 ; 당산역 고흥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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