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에는 기암괴석이라는 말이 있고 먹거리에는 기음괴식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의 묘미는 우연의 발견과 기이함이나 기괴함에 있다. 뇌과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뇌는 처음 보고 맛보는 기괴함에 깨어나고 젊어진다. 뻔한 것에 늙어간다. 고흥여행의 묘미도 고흥에만 있는 음식이나 맛, 이국적인 이색 별미다.
고흥별미 아홉가지 구미(九味) 기음괴식을 연재하여 올려본다.
문어코, 피굴, 낙지팥죽, 황가오리회, 돌짜장, 삼치탕수육, 매생이굴떡국, 우무콩국수/우무라떼, 고흥식 풋고추 열무김치
1. 문어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흥에만 유일하게 있는 요리다. 백종원 유튜브 먹방에 소개된 적이 있다.
문어에 코가 있었나?
사람이 코로 공기를 흡입하듯 두족류(頭足類) 문어도 물을 흡입하고 먹물을 뿜어 내는 부위, 사람의 입과 코의 기능을 하는 부위가 있다.
출수공(깔때기)라고 한다.
고흥반도 서쪽에 위치한 작은 사슴의 섬 소록도가 있는 녹동항 <신성식당>에 가면 맛볼 수 있다.
문어코는 신기하고 신성한 신성식당이다, 나이들어 이런식으로 식당이름도 외면 까먹지도 않는다. 외진 녹동항에서 술이 들어가도 술술 외진다.
문어코는 고흥돌문어 코다.
나의 블로그 닉네임도 고흥돌문어 이다. 돌머리라 돌문어? 아니다. 돌(바위) 틈에서 자라 돌문어다.
문어 1개당 코는 1개만 있어 귀하디 귀한 요리다. 전라도 말로 귄있는 요리다.
귀하고 손질이 많이 가는 요리라 항상 나오질 않는다. 추석 지나고 11월까지만 나왔으나, 방송을 탄후 지금은 찾는 손님이 많아 3월까지 나온다고 한다.
백종원 먹방에 소개된 후로 손님이 많아졌다. 문어코가 식당에 있는지 미리 주인장에게 물어보고 가야 한다.
고흥돌문어는 힘이 세어 일반 낚싯대가 아닌 퉁거운 대나무 낚시 대로 잡는다.
주인장 올아버니(오빠)가 코를 베어 햇볕에 말린다. 말린 문어코를 연탄불에 구워낸다.
돌문어 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임란 때 왜군들이 조선인의 코를 베어갔다는 섬찟한 역사도 스쳐간다. 손죽도에서 전사한 충열공 이대원 장군과 부산에서 전사한 충장공 정운 장군이 쌍으로 모셔진 쌍충사가 녹동항에 있다.
학창시절 짝꿍이 누르면 쏙~들어간다고, 몰랑몰랑한 나의 코를 신기하다고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던 기억도 스쳐간다. 돌문어코도 부드러운 식감에 몰랑몰랑하다.
문어는 질기지만 문어코는 부드럽고 쫄깃하다.
고흥산 참기름이 들어간 깨장에 콕콕 찍어 먹으면 그 짭조름한 맛에 깨가 쏟아진다.
식당에 있는 고흥 숙녀 아지매들 깨장이 쏟아지는 웃음은 녹동항 바다로 흐른다. 웃음바다는 녹동항 바다로 흐른다.
아따 전라도 아지매들 쎄네 잉~ㅋ ㅋ
생각해 보니, 고흥 돌틈에서 태어난 나의 인생은 어쩌면 돌문어 인생이었다. 꿈 많은 문어였다.
어쩌면 이런 게 행복일 줄 모른다는 백종원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소유진도 소유했고 체인점 사업을 소유한 가질 것 가진 백종원...
그는 고흥 녹동항에서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이게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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